사람·자연·에너지의 공존(共存), 생태도시
사람·자연·에너지의 공존(共存), 생태도시
  • 노형수 전북도 주택건축과장
  • 승인 2021.04.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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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수 전북도 주택건축과장

 2021년 현재, 전세계 육지면적의 3%에 불과한 도시지역에 무려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도시집중화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개발과 성장 위주의 집약적 발전전략은 그간 도시로의 집중을 가속시켜 왔다. 그리고 이는 좁게는 주택난, 빈부격차,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부터 넓게는 생태계 파괴, 온난화·기후위기 등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많은 정책결정자, 도시계획가, 연구자들이 도시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들을 제시해왔다. 그 중 생태학(ecology)을 도시에 접목한 생태도시(ecological city) 개념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생태도시는 도시를 하나의 유기적 생태계로 인식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도시 형태를 말한다. 홀로 휘황찬란함을 드러내기보다 자연을 포함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이다. 세계적인 생태건축가 켄 양(Ken Yeang)의 말대로 자연환경과 인간이 만든 환경 간의 융합인 셈이다.

 생태도시를 짓는 데에는 생태건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시공간의 핵심 구성요소가 바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생태건축을 통한 건물은 입지선정·배치·건물형태·건축재료·건물 내외부의 기능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지어진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건축물 자체가 생태계의 일부로서 녹아들게 만드는 것이 생태건축의 목표이다.

 생태건축의 예로 독일 북부 킬 하세(Kiel Hassee) 마을의 생태주거단지를 들 수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가받고 구성된 이 생태주거단지는 건물 모두가 흙벽돌, 종이솜 등 자연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졌으며, 태양열 발전시스템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주민들이 사용한 생활하수는 습지정화식물을 통해 자연정화시켜 다시 주민들에게 공급된다. 한편 우리 고장 무주에서도 생태건축을 실천한 감응의 건축가 고(故) 정기용 건축가 사례를 들 수 있다. 무주 공공건축프로젝트를 통해 콘크리트 일색으로 변해가는 농촌마을에 흙건축 마을회관, 군청청사 잔디밭, 등나무 운동장을 지어 생기를 불어넣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태건축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활발해진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건설사들이 생태건축을 그저 친환경 건축재료, 에너지 절감 등에 초점을 맞춘 채 건물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재료와 효율만 따질 것이 아니라 건물이 만들어질 공간에 대한 이해, 그 안에 커뮤니티를 이루어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과의 조화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더욱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을 이익 창출로 환원하는 현재의 산업화·자본화된 사고를 탈피하여 생태적 사고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생태건축을 바탕으로 생태도시를 구축하더라도 생태적 사고와 철학, 문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도는 올해를‘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중요시기로 보고 세부전략을 수립해 놓았다. 생태전환 추진정책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4차산업혁명에 전략적·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생태건축기술, 녹색교통수단 등을 활용해 기회의 땅 새만금에 조성될 생태도시가 그 역할을 해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개인의 안전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에 이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사람·자연·기술이 공존하는 생태도시를 통해 우리 사회의 회복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노형수 <전북도 주택건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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