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이 되어가는 가로수
흉물이 되어가는 가로수
  • 한경연 도민기자
  • 승인 2021.04.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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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에 평안을 깃들게 하고 위로를 주는 가로수.

 봄이 되면 화사한 벚꽃으로 계절의 변화와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여름이 다가오는 시절에는 주저리주저리 불 밝히는 이팝나무로 시원함을 더해주기도 한다. 뿐인가. 가을에는 노란 은행잎으로 거리를 장식하여, 살아가는 일의 보람과 사랑을 알게 하기도 한다. 계절에 상관없이 굳건한 기상을 뽐내는 플라타너스와 느티나무 등 가로수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로수에 대한 기록은, 1779년(정조 3) 능원(陵園) 주위 수목의 벌채를 금한 내용이 실록(實錄)에 나와 있다. -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가로수 한 그루는 공기청정기 5대가 감당할 분량을 정화해주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와 미세먼지 등의 저감에 아주 뛰어난 효과를 거두고 있고,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 검댕 등 유해 물질의 정화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니 가로수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잘 알 것이다. 게다가 때로는 꽃으로, 때로는 그늘로 우리 삶의 위안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기를 정화하고 병충해를 막는 효과도 있으니 가로수가 우리에게 얼마나 유익한 존재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시민 ㄱ씨(남. 60세)는 ‘벚꽃과 이팝 꽃이 핀 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무성한 잎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잎도 나지 않게 인정사정없이 잘라버린 것을 보면 마음이 안 좋다.’며 고개를 젓는다. 이 길을 자주 걷는다는 학생 ㄴ씨(여. 16세)는 ‘이렇게 잘라버릴려면 왜 가로수를 심는지 모르겠다’며 ‘미적 감각이 없는 분들에게 조경을 맡기는 것도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렇게 좋은 우리 친구이자 동반자인 가로수를 흉물로 만들어버려서 안타깝다. 거리를 걷다 보면 너무 심하게 잘라서 목공 토르소가 된 가로수를 곧잘 볼 수 있다. 미적 감각이 뛰어나지 못해서 여백과 절제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가로수가 전깃줄을 건드려 어쩔 수 없이 잘라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한다고 본다. 어떤 것은 사람의 몸에 비유할 때 몸통만 남기고 머리와 팔을 잘라낸 것처럼 보이는 나무도 있다. 그런 나무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더불어 저 나무가 제대로 살아날까 걱정되기도 한다.

 미관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로수는 이미 가로수가 아니다. 꽃도 피워내지 못하고 무성한 그늘도 만들지 못하는 나무를 가로수라고 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눈의 즐거움은 차치하고 정서적 성장과 심리적 위안과도 거리가 멀면서 공해 방지에도 효과가 없다면 굳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세워둘 필요가 없지 않은가.

 가로수가 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도록 좀 더 관심을 갖고 보살피면 좋겠다. 꽃으로 자태를 뽐내고, 그늘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이파리로 맑은 공기를 만들어내도록 도와주고 우리와 더불어 오래오래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아끼고 사랑하자.

 한경연 도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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