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 소설가 장편소설 ‘청주’ 금속활자와 직지코드의 역사적 심층을 심도 있게 형상화
노령 소설가 장편소설 ‘청주’ 금속활자와 직지코드의 역사적 심층을 심도 있게 형상화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4.0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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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령 소설가가 장편소설 ‘청주(바밀리온·1만9,000원)’를 펴내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직지(直指)의 안부를 묻는다. 창조적인 고려인의 숨결이 깃든 직지이건만, 그 후손들은 아직도 원본을 보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는 아이러니한 세상. 바다 건너 존재하고 있는 직지를 떠올리며 뒤늦은 걱정으로 심한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 마음을 붙잡고자 남긴 문장과 문장사이에 긴 호흡이 흐른다.

 장편소설 ‘청주’는 지난해 제8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당시 심사위원들로부터 금속활자와 직지코드의 역사적 심층을 심도 있게 형상화해 직지의 옛 기억과 청주의 현재적 경험들을 종횡으로 엮어 가독성과 실감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령 소설가가 이 같은 스토리를 장편소설로 쓸 생각을 했던 계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직지코드’를 관람하고 나서다. 구텐베르크가 서양 최초 금속활자발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동양 최고의 문명국 고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두고, 검증하기 위해 쫓는 주인공들의 여정이 소설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것. 며칠 동안 영화의 여운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그는 도올 김용옥의 고려시대의 문화 융성에 대한 강연을 듣 게되면서 ‘직지’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됐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길로 여행가방을 꾸렸다. 청주라는 도시와 지금까지 남아있는 문화재, 그리고 문화재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을 조사할 필요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가 첫 발을 내딛었던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에서 출발한다. 청주시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무심천이 무심하게 흐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장대한 스토리가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을 터다.

 줄거리는 이렇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주인공은 직지를 만들었던 시대에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글을 쓴다. 이를 바라보는 남편은 아내가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아예 그 시절과 현재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당신은 그때 금속활자를 만드는 장인이었잖아요?’라는 질문에 남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카피라이터 일을 하고 있는 그에게 얼마 전 직지와 관련된 축제에서 일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금속활자를 만드는 장인공이었어?’ 소설은 남편의 나레이션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을 엮어내며 독자를 유혹한다.

 직지를 출판하던 시절 백성들의 생활모습과 현대인의 생활모습을 오버랩시키면 좋겠다는 소설가의 착상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평소 역사적인 소재에 관심을 두고, 끈질기게 파고들었던 작가의 집념과 역사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령 작가는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장편소설로 ‘파도타기’, ‘왕조의 운석’, ‘숨비의 환생’을, 창작집으로 ‘바람의 눈’과 ‘수레국화꽃’을 출판했다. 장편대하소설 ‘혼맥’ 10권 중 1권부터 5권이 전자책으로 출판되는 등 활발한 창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북소설문학상, 전북예총하림예술상, 제8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 제11회 천강문학상 대상 등의 수상 경력이 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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