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차등성과급 제도를 폐지하라
교원 차등성과급 제도를 폐지하라
  • 천호성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전주교대 교수
  • 승인 2021.04.06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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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북의 모든 교원을 대상으로 차등성과급이 지급되었다. 교직사회에 차등성과급이 도입된 지 20여년이 흘렀고, 이에 반발하는 교원들의 성과급 반납, 사회적 기금조성, 균등분배, 성과급 폐지 선언도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차등성과급은 교단 황폐화 20년의 역사였고 폐지되어야 할 교육적폐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의 그 어느 곳보다 협력의 가치가 중요한 곳이 교직 사회이고, 학생의 성장을 중심으로 교사들의 협력문화가 정착될 때 교육의 가치가 실현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방역과 교육 활동을 동시해 수행하며 학교 현장을 힘겹게 지키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교사들의 헌신을 짓밟고 극심한 불신과 갈등으로 내모는 차등성과급을 무슨 이유로 강행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교육부는 “교원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을 성과급에서 우대하여 교직사회의 사기 진작 도모”하기 위해 교사들을 S, A, B등급으로 나누는 차등 성과급을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말 차등성과급으로 교직사회의 사기가 진작되었는가?

돌아보면 차등성과급만큼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제도도 없었다. 2001년 학교현장에 도입된 이 제도는 지난 20년간 차등폭을 확대해가며 교단을 반목과 분열의 장으로 만들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교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교사들이 동료 중 누구의 성과가 가장 많은지 순위를 매겨야 하는 곤혹스런 시간으로 내몰린다. 누가 수업시간이 많은지, 학생과 학부모 상담은 몇 번 했는지, 연구실적이 쌓였는지가 점수로 매겨진다. 심지어 교사 개인의 품성과 학생들과의 관계도 점수로 매겨 서열화한다.

그 결과로 차등성과급이 지급되는 3월말 학교 현장은 삭막하다. S등급을 받은 교사는 함께 협력하고 고생했던 동료 교사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고 인사를 건네기도 어색하다. A, B등급 교사는 교육을 위한 자신의 헌신이 이렇게 평가받는 현실에 대해 허탈하고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좌불안석이다. 어떤 근거로 낮은 등급을 주었는지 항의하지 않을까 두렵고, 학교 활동에 대한 선생님들의 헌신과 협력을 당부하기도 부끄럽다. 모두가 노력해도 누군가는 B등급을 맞아야 하는 현실, 학생들을 생각하며 교사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의욕을 회복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교원의 사기 진작 도모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교단을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는 차등성과급에 대해 평소 교육정책에 대해 상반된 목소리를 내곤 하던 최대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구동성으로 “교원들의 헌신과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교원성과급 차등지급을 철회하고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지난 1월 “올해 개인 성과급 100% 균등지급하고 경쟁에서 협력으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전환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하는 등 교육계 내부에서는 한목소리로 차등성과급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시행되는 정책에 대해 이처럼 일관되고 간절하게 한목소리로 폐지를 요구하는 정책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학교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에 대한 낡은 잣대를 버리지 못하고 시행되는 교원차등성과급 정책은 즉시 폐지되어야 한다. 지난 20년간 이 정책으로 교원의 사기가 진작되었다는 그 어떤 결과도 본적이 없다. 교원을 교육개혁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그 어떤 정책도 성공하기 쉽지 않음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한다.

천호성<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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