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미나리
원더풀 미나리
  • 김성철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1.04.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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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월, 봄이 한창이다. 더불어 봄철 가장 맛이 좋다는 미나리도 한창이다.

미나리는 여러해살이 풀로 조선시대에 주요 채소 중 하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제사를 지낼 때 미나리 김치를 두 번째로 진열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을 만큼 미나리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또 미나리는 사대부들에게 충성과 정성, 학문의 상징이었다. ‘미나리를 뜯는다(采芹)’는 의미의 ‘채근(采芹)’은 생원 진사 시험에 합격해 성균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 키운다는 의미로 사대부 집안에서는 자식이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안 연못에 미나리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우리 지역에서는 남원 미나리가 유명하다.

관왕멀은 옛날 미나리 밭이 있던 자리로 일명 모래꽝 미나리는 그 품질이 아주 뛰어나 나라에 진상되던 명품이었다. 미나리는 수시로 수확할 수 있지만, 특히 봄에 나는 미나리는 식감이 부드럽고 독특한 향기와 풍미로 식욕을 되살리는데 좋다. 특히 비타민B군이 풍부해 춘곤증을 없애는 데 좋다고 한다.

요즘 봄 미나리 명성에 못지않게 영화 ‘미나리(MINARI)’의 명성이 자자하다. 미국에 이민 간 한국인의 정착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의 국내외 이슈가 채소 미나리의 수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유통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원래 미나리가 잘 팔리는 시즌이긴 하지만, 영화 ‘미나리’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면서 영화의 화제성이 실제 미나리 판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나리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지난 2월 설 명절 이후로 평년대비 약세였던 미나리 판매가 상승세를 탄 원인으로 도매시장 유통전문가들은 영화 ‘미나리’를 꼽았다. 더불어 영화 흥행 이슈와 함께 코로나19로 집밥족이 늘면서 외식이 쉽지 않은 것도 수요가 늘어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영화 ‘미나리’ 효과로 주말 전체 극장 관객 수도 늘면서 개봉일 기준인 3월 초, 극장가 일일 관객 수가 20만 명을 넘긴 건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111일 만이라고 한다. 현재 영화 ‘미나리’는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영화 ‘미나리’에서도 미나리는 주요 상징물로 등장한다. 할머니 ‘순자’가 미국 아칸소에 사는 딸 집에 오면서 가져온 미나리의 생명력은 미국에서 삶을 개척해 나가는 한국 이민자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냇가와 습지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할머니의 유산이 된 미나리 덕에 가족은 다시 일어설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할머니 ‘순자’는 손자 ‘데이빗’에게 이렇게 말한다.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하든. 김치에 넣어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국에도. 아플 때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올봄 원더풀 미나리의 끈질긴 생명력을 통해 우리도 지친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워 보자. 더불어 영화 ‘미나리’의 아카데미 낭보도 기대해 본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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