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될 청년들
‘멸종’될 청년들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 승인 2021.03.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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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열반이 안 된다고?” 얼마 전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신도심권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전북의 주요 도시심권을 제외하곤 아예 폐교한 초등학교도 있다. 30여 년 전 필자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에 입학했을 당시 1학년은 13반 정도였다. 심지어 초등학교 3학년때까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이 진행됐다. 부모님 세대는 더 했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인구 폭발을 경고하기 위해 가족계획을 홍보하기도 했다. 불과 수십 년 전 일이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2027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미래 영화다. 영화의 세계는 ‘아이’가 없다. 가장 어린 사람은 18살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18년전부터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는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멸종’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연재해, 운석 충돌, 전염병의 창궐을 다룬 아포칼립스 영화들과 달리 아이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세상을 다루어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현실적 공포감은 ‘좀비 영화’보다 더 컸다. 영화가 개봉된 2006년 당시엔 말 그대로 먼 미래의 SF 영화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2021년, 인구 감소를 넘어 ‘인구 절벽’이 회자되고 있는 시점에서 영화의 2027년은 가깝게 느껴진다.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원인은 분명하다. 애를 낳기 위해선 결혼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 제 힘으로 오롯이 월급을 모아 살 수 없는 집값,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청년들이 스스로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동물도 생존이 열악해지면 번식하지 않는다. 본인도 생존하기 어려운 마당에 아이는 언감생심이다. 이렇듯 원인은 알지만 해결책을 제시하긴 어렵다. 인구 감소 현상은 전북과 같은 지방이 더 심하다. 전북은 인구감소, 특히 청년인구의 감소가 문제다. 지역 소재 대학들의 정원 미달 사태는 단적인 예다. 2020년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 인구를 앞질렀고, 전북은 인구 180만 명 붕괴 초읽기다. 지역 균형 발전이 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미진하다.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간다. 수십 년 안에 인구가 말 그대로 ‘소멸’하는 지역이 전북에만 9개가 넘는다. 전북지역 주요대학들의 신입생 충원율이 군산대학교 86.5%, 전주대학교 92.5%, 우석대학교 84.2%, 원광대학교 79.9% 그쳤다는 조사도 있다(전북도민일보 2021. 3. 14. 오피니언 참조). 전북 소재 지방대학들은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당장 등록금이 줄어 예산을 재정비해야 하고 대학 근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거론된다. 교수들도 나서서 신입생 모집에 힘을 기울인다. 일시적인 현상일 리 없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미달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가끔 서울에 재판이 있어 서초동을 방문하면 아찔하다. 큼직한 건물들 사이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행렬에 어지러움을 느낀다. 서울에서 십년 넘게 살아 봤음에도 불구하고 북적이는 사람들이 내뿜는 생동감은 낯설다. 지방은 ‘시내’(서울에는 없는 말이다)몇 군데만 북적인다. 그마저도 젊은이들을 찾아보긴 힘들다. 국가적 지역 균형발전에 기대기만 해선 안 된다. 전북 지역 대학의 위기는 수도권 중심주의의 현실에 더해 지역 내에 청년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들은 시군 통폐합 등 광역화를 통하여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생 전북에 머물렀던 친구가 한 말이 떠오른다. 전북은 공무원과 자영업자의 소비도시라고. 일자리가 없으면 청년도 없다. 전북의 미래가 ‘멸종’되지 않기 위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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