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싫은 것 보고, 듣기 싫은 것 듣는 힘
보기 싫은 것 보고, 듣기 싫은 것 듣는 힘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3.17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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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기를 원한다. 마음의 여유를 느끼며, 자유롭게, 주위를 돌아보며 사람들과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주위의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1900년대 말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탄생하였고, 2000년초에 휴대전화가 만들어지면서 화상통화도 가능하게 되었고, 인공지능으로 인해 자율주행자동차도 등장하였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우리의 삶은 한결 자유로워지고 많은 시간을 여가생활을 위해 쓸 수 있을 거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하였는가? 세상은 이러한 기술이 나오기 전보다 더욱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일터의 구분이 없어져 집과 비행기, 자동차, 식당, 오지 속에서도 24시간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에 쫓기며 한 번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고, 초고속통신망이 갖춰져 있길 원하고, 식당에 가면 주문 즉시 음식이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삶이 빠른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해지면서 기다림을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도대체 어느 정도 빨라져야만 만족할 수 있을까?

행동과학자 앤드류 매드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1단계는 생물적 욕구이다. 식욕과 성욕 등 동물로서의 욕구이기 때문에 이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인간은 하등동물과 다름없는 광기에 빠지게 된다. 제2단계는 안정적 욕구이다. 생물적 욕구가 충족되면 인간은 의식주가 지속적으로 완전히 보장되는 안정된 상황을 만들고 싶어 한다. 제3단계는 사회적 욕구이다. 생활이 안정되면 사람들은 인간적인 친화관계와 교제관계를 가지려는 욕구를 가지게 된다. 제4단계는 자아의 욕구이다. 자기를 클로즈업시켜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싶은 명예욕이다. 이 단계는 개성과 자존심, 자주성을 강하게 추구하게 되는 단계이다. 마지막 제5단계는 실현의 욕구이다. 이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의 단계로서 이 욕구는 한이 없어 죽을 때까지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

사람들의 삶은 처음에는 생물적 욕구에서 시작하여 2, 3, 4단계의 욕구인 좋은 직업과 많은 수입, 취미생활, 사회활동, 명예 등에 가치를 두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바로 5단계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먹는 것, 입는 것, 잠자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노력하기도 한다.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지는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하고 결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최소 수십에서 수백 가지의 선택과 결정을 한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생각만 하고 결정을 못 내린다 하면, 어떤 이는 경솔하게 결정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결정을 하고도 실행을 망설이기도 한다. 영국의 유명한 의사이자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을 창설한 윌리엄 오슬러 경(Sir, William Osler)은 <카알라일>이라는 책 속의 “우리의 임무란 먼 곳에 있는 희미한 것을 찾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곁에 있는 것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았다고 한다.

사람이 가진 신비롭고도 경이로운 능력 중의 하나가 선택과 집중의 능력이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데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길을 찾아갈 수 없다. 사람은 여러 사람의 대화가 동시에 들리는 와중에 상대방의 대화에만 집중하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칵테일 파티 효과’ 또는 ‘선택적 지각’이라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면 우리의 오감은 오직 그것들과 연관된 것들만 보게 된다. 학생들의 경우 예습을 하게 되면 수업에 집중하는 칵테일 파티 효과가 나타난다. 미리 배울 단원을 읽어 보고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정도의 예습이 좋다. 선행학습을 많이 한 학생 중에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목표로 하지 않는 것들은 그냥 소음과 같이 흩어지거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칵테일 파티 효과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주식투자나 물건구매, 선거의 경우 칵테일 파티 효과는 ‘확증편향’이라는 심리현상과 결합돼 올바른 투자, 구매, 투표를 방해한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말이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유리한 정보만을 모으는 현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 발달로 포털사이트에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브랜드를 더 자주 보여주고, 내가 관심 있는 부동산이나 정당, 인물을 더 자주 노출해준다. 강남이나 세종시에 있는 아파트 계약을 하고 나면 아파트 가격이 오를 정보만 눈에 들어온다. 자기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고민 끝에 팔고 나면 삼성전자의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 등 주식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만 눈에 보인다. 우리를 둘러싼 주위 세력이나 환경도 우리가 편향된 사고를 갖길 원한다. 내가 보던 정보만 보고, 내가 좋아하는 논조의 글만 읽다 보면 균형을 잃게 된다. 편향된 사고는 위험하다. 다양한 관점의 생각도 듣고, 이야기도 나누어 보아야 한다. 보기 싫은 것도 보고, 듣기 싫은 것도 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남들보다 정확하게 유용한 정보를 선별하는 긍정적인 ‘선택적 지각’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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