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무엇인가?
얼굴은 무엇인가?
  • 최정호 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 승인 2021.03.1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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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에서 성형외과의 분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간의 신체 전체를 포함한다. 얼굴 전체와 구성물들의 모양과 기능을 연구하고 그것의 외상이나 질환에 의한 손상을 치료하고 형태의 재건을 연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는 얼굴이라는 전체를 체계적으로 조망하지 않고 특수한 분야의 각론으로부터 시작하기 쉽다. 왜냐하면 연구자가 아니라 임상의로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치료가 필요한 우리 몸의 일부를 고쳐주는 수리공과 같다. 부분적 수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이론적 체계를 세우고자 학습하며, 짧지 않은 시간을 수술 술기와 임상적 적용을 습득하기 위하여 투자한다.

우리의 몸은 부분과 전체가 연관되어 있고,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지 않고 상호작용을 지속하는 복잡계이기 때문에, 성형외과는 각 분과들이(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등) 가지는 기능의 유지와 질환의 치료에 집중하지 않고 신체의 구조를 변경하고, 결손을 보완해주며, 신체의 모든 부분을 보살피지만 공교롭게도 ‘얼굴’이 성형외과의 주요 분야이다. 얼굴이 성형외과의사에게는 단골 고객인 셈이다.

인간에게 얼굴은 기능은 말할 것도 없고, 얼굴의 모양과 표정도 중요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얼굴은 중요한 소통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도 젊고, 예쁜 얼굴들에 포위되어 있다. 영상 광고의 홍수는 신체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강렬하게 부추긴다. 사람들은 강제적으로 세계 규모의 미인대회 출전자가 되어 자신의 외모에 덜 만족하게 되고, 특급 모델들의 외모를 따라가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외모주의는 뿌리 깊은 기원을 가지고 있다. 진화환경에서 적어도 수만 년 전부터 인간은 외모에 민감해 왔다.

오늘날 관찰되는 오지의 구석기인들이나 침팬지와 같은 호미니드가 그 증거이다. 지금도 구석기 시대의 환경을 유지해오는 그들은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직접증거가 된다. 사회적 동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은 바로 그 종의 구성원이다. 즉 문명화된 인간은 자연환경이 아닌 구성원들에 의한 평판과 권력관계가 더 중요해졌다.

이러한 진화환경에서 인간은 지배인종의 외모를 모방한다. 각 인종 안에서도 지배계층의 외모를 모방한다. 최소한 수만 년 동안 인간이라는 종의 생식성공에 재산과 권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성공적인 자손 생산은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과 권력에 달려있고, 여자들의 성공적인 생식은 자신의 자식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워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남자를 유혹하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성공을 위하여 전투적인 삶을 살아야 했고 여자들은 남자의 성적기호에 자신의 외모를 맞추어 왔다. 여자나 남자에게 기분이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진화론적 설명은 다윈주의자에게는 합리적인 추론인 셈이다. 서세동점의 제국주의 시대 이후 서구유럽은 앞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식민지 제국주의를 지속해왔고 현재까지도 그들은 지구의 지배인종이다. 즉 그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표준을 만들었고 외모 역시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한국, 일본과 중국 등 동양권에서 가장 흔한 성형수술이 쌍꺼풀 수술인 것의 이유를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한국의 젊은 영화배우나 가수들의 코는 북구유럽의 높고 긴 코를 모방한다. 이러한 욕망은 무의식적으로 발생되기 때문에 각 개인의 지적능력이나 자부심과는 상대적으로 무관하게 표현되기 마련이다. 갓 쓰고 넥타이를 맨 것 같은 기괴한 모습이지만 서양 배우들의 외모를 흠모하는 많은 사람들이 시대적 기호에 순응한 결과이다. 현대에 사는 동양인들의 진화적 환경에 대한 적응이다.

이를 다시 표현하면 세계화를 통하여 지배국가들은 전 지구인의 인종개량을 가속화 시켰으며 한국과 일본, 중국인들은 스스로 얼굴의 육종을 성형수술로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진중권씨는 10여년전에 쌍꺼풀 수술을 받는 한국 여인들을 유대인들의 통과의례인 할례로 비유하며 야유를 보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의 비판은 성찰은 없고 비난만 예리한 독설일 뿐이다. ‘성 선택’은 논리적인 연역에 복종만 하지는 않는다.

최정호<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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