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만남에 감사한다
우리들의 만남에 감사한다
  •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 승인 2021.03.0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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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욱마다….” 배호의 나그네 설움을 흥얼거리면서 마스크를 쓰고 만보 걷기를 한다. 오래 살겠다고 하루에 만보를 걷는 것이다. 오래 병석에 누워 있으면 온 집안 식구들이 고생하게 되니 그저 건강하게 살다가 ‘구구팔팔 이삼사’해야 한다고 자식들 핑계를 대는 것이다.

요즘 환절기에 한 달이 멀다하게 오십여 년을 가까이 지내오던 원로 문인들이 세상을 하직하고 있다. 허소라, 이목윤, 김학, 이희찬 시인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저세상을 향했다. 특히 김학 수필가는 엊그제까지 날마다 만나던 분이 갑자기 저세상으로 가버린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허퉁하고 참 허무해진다. ‘참 인생 별것 아니네’ 하는 생각이 가슴을 짓눌렀다. 왔다가 가는 것이 인생의 순리라지만 자꾸 허무해지는 것을 가까스로 추스른다.

김학 선생과 인연을 맺은 것이 천구백칠십구 년이든가 생각된다. 수필동인을 결성하기 위한 발기문을 공타로 인쇄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정덕룡, 정주환, 김학 등 발기인들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다음해에 김학 선생은 ‘월간문학’에 수필이 당선되었고 누구나 붙잡으면 글을 쓰라고 권했다. 나도 그가 등을 떠밀어 ??전북수필??에 글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렇게 사십여 년을 그와 인연을 맺고 지내오는 동안 수필문학전도사가 된 그는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했고 평생교육원 지도 교수가 되어 제자들을 많이 길러냈다. 그와는 문학에 대한 견해차이로 조금 서먹거리기도 했었지만, 종래에는 날마다 만나는 사이가 되어 지내온 것이다.

모든 인연은 우연히 오는 일도 있고 원하지 않은 데도 피할 수 없이 들이닥치는 경우도 있다. 인연, 즉 만남에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누구도 우리의 삶에 우연히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는 내 삶에 왔다가 금방 떠나고 누군가는 오래 머물지만, 그들 모두 내 가슴에 크고 작은 자국을 남겨준다. 김학은 내게 글을 쓰라는 채찍을 남겨주고 간 친구다.

소설가 보르헤스가 쓴 글이 생각나 옮겨본다. “우리 삶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은 각각 특별한 존재이다. 누구든 항상 그의 무언가를 남기고, 또 우리의 무언가를 가져간다.”고 썼다. “많은 것을 남긴 사람도, 적은 것을 남긴 사람도 있지만, 무엇도 남기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는 것. 이것은 누구든 단순한 우연에 의해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다.” 라고 단언한다.

“당신의 삶에 나타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오는 사람이다. 한 계절에만 등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만남을 갖게 되는 사람도 있다. 그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면, 저마다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일러준다.

어떤 이유가 있어 당신의 삶에 오는 경우는 대개 당신의 필요를 충족해 주기 위해 온다고 한다. 당신이 고난을 통과하도록 도와주고 길을 안내하고, 지지해 주려고 온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혹은 영적으로 당신을 도우려고 온 것이다. 그들은 신이 보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며, 실제로도 그렇다고 한다. 그들은 당신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그 이유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한 계절 동안만 당신 삶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당신이 나누고, 성장하고, 배우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평생의 관계는 당신에게 평생의 배움을 준다. 굳건한 감정적 토대를 갖기 위해 당신이 쌓아 나가야만 하는 것들을. 당신이 할 일은 그 배움을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관계에서 당신이 배운 것을 주변의 모든 관계와 삶의 영역에 적용하는 것이다. 사랑은 맹목적이지만 진정한 우정은 천 리 밖을 본다는 말이 있다.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우리들의 만남에 감사한다.

서정환<신아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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