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가면서까지 가르쳐야 할 교육은 없다
때려가면서까지 가르쳐야 할 교육은 없다
  •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 승인 2021.03.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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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에게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전북 학교운동부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전주교대 교수
전주교대 교수

 최근 전북 출신 배구선수들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미투가 축구, 야구, 연예계,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공소시효가 만료된 폭력 사건이라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진실게임처럼 변질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여 징계를 강화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다분히 여론대응용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운동부 폭력이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면 스포츠계만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학교라고 할지라도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그들만의 규범이 만들어지는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폭행이나 폭력이 일종의 위계질서를 위한 교육이자 훈육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는 이런 학교폭력 미투에 대해 또 다른 성찰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 선수들은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 신분을 가지고 있고,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도 코치나 감독이기 이전에 교육자 신분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학교 운동부 내에서의 폭력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북에서도 운동부 감독교사에 의한 선수 폭행이 일어나서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를 포함하여 최근 7년(2014-2020)간 전북학생인권센터에 의해 처리된 학생인권침해 사안 54건 중 19건(전체의 34%)이 직접 체벌 사안인 것을 보면 여전히 전북의 교육현장에서도 체벌과 폭력적인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전라북도교육청은 학교운동부 전수조사를 통해 학교운동부 내 폭력실태를 파악하고 그 결과로 관련자를 처벌하기도 하고,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학생 선수들은 인성을 갖춘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 받아야 한다. 이런 면으로 살펴보면 학교는 충분한 시설과 프로그램, 인권 보호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일반 학생들은 안전하게 공부하면서 운동도 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선수들 역시 안전하게 운동하면서 공부를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학교 운동부에서 발생했지만, 학교 운동부 내 폭력은 교육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사실 현재의 학부모 중에 그들이 학생이던 시절 맞지 않고 자란 사람을 찾아보기 드물다. 대개 폭력은 대물림된다. 폭력의 굴레에서 자란 아이가 다시 폭력에 둔감해지거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가장 교육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폭력은 학교에서 절대 허용될 수 없다’는 의식이 자리잡도록 철저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징계를 강화해서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법과 제도의 개선과 함께 문화와 의식을 개선하는 방안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

 폭력을 포함해 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제도는 법과 시스템이 아니라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 문화의 정착이다. 폭력적 요소를 제거한 학교 문화가 정착되고 완성될 때야 비로소 폭력이 추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전북의 학교운동부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재 실시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에 대한 인권교육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천호성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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