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육으로 희망 사다리를 만들자
다시 교육으로 희망 사다리를 만들자
  •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 승인 2021.02.17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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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은 2019년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을 비롯해 세계적인 영화제를 휩쓸었다.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한국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것이다. 한 지붕 아래서 벌어지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물로, 세계가 이 영화에 주목한 것은 빈부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공감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불평등이 세계적인 문제라는 반증이다.

이 같은 불평등은 코로나19의 습격으로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조사한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53.0%)이었다. 또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도 지난달 발표한 ‘불평등 바이러스’ 보고서에서 지구상에 가장 부유한 1,000명은 9개월 만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회복했지만 빈곤층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3년 펴낸 『21세기 자본』에서 불평등의 원인이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훨씬 커진 데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자본소득의 세습이 사회계층간 사다리가 사라지고 고착화되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았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를 더 벌려 놓았다.

그러면 교육 분야는 어떨까.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경제발전의 견인차이자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개천에서 용이 승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기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특권대물림 교육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리얼미터 2019년 조사)할 정도이다.

지난해 9월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주최한 ‘코로나로 심화되는 교육불평등 해소 방안을 모색하는 온라인 국회토론회’에서 발제자는 경제력, 직업, 학벌, 거주지역 등 부모의 배경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을 여러 예를 들어 설명했다. 특권트랙이 ‘영어 유치원→ 사립초→ 국제중→ 영재고·특목고·자사고→ SKY대학→ 전문직·대기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경제력에 전문직이나 정치인이라는 직업과 서울대라는 학벌, 강남이라는 거주지역이 합해지면 딱 맞아떨어지는 조합이다. 전북에서 교육받은 대다수 학생은 처음부터 아예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법률’ 제정을 제안했다.

정부에서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세습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 단초 중 하나가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분야 양극화 추이 분석을 위한 5개년 (2020~2024)계획’이다. 이 연구에 의하면 상하위 계층 간 간극의 증가와 이동성 감소가 두드러지고 공교육 분야보다 사교육비 투자 등 사적 영역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는커녕 부모의 불평등을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은 건강하고 생산적인 민주시민을 양성해 공동체가 함께 잘 살도록 하는 공공의 활동이다. 그리고 교육에 접근할 기회와 과정, 결과가 평등해야 마땅하다. 교육의 본질은 추구하되 취약계층의 고려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교육 공정성을 되찾고 금수저·흙수저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 정부와 교육청, 학부모가 교육 불평등의 고리를 끊는 방안에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서거석<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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