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에, 유명희가 WTO 사무총장에 출마했을 때, 일본은 이들을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낙선운동까지 했다. 선진국 모임인 G7에서 한국을 포함해 G11으로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일본은 이를 반대하였다. 일본만이 아시아 대표이며 한국은 자신들과 같은 급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에서 이긴 다음 100년 동안 아시아의 유일한 선진국이었다. 1894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하며 요동반도와 대만 등을 할양받았고 조선에서 청나라를 완전히 몰아냈다. 일본 극우파들은 청일전쟁의 결과로 일본이 조선을 청나라로부터 독립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며 1910년 한반도를 합병하고 1차세계대전의 특수를 맞으며 세계 강국으로 성장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6.25 특수 등을 거치며 일본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1988년 세계 100대 기업에 일본기업이 53개나 되었다. 한국은 일본의 경제를 배우며 성장했고, 중국도 1978년 개혁개방 후 일본식 경제성장을 배워 고속성장했다고 일본은 생각한다.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해 아시아를 식민지로 만드는 서구와 싸웠으며 2차세계대전 후에는 동아시아 경제발전을 주도해왔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스스로를 아시아 최고국가로 생각하며 지난 100년간 살아왔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 그러한 생각들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1991년 버블경제가 터지면서 임금도 정체되고 경제도 정체되고 IT혁명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인구도 고령화되고 정체되며 성장도 멈췄다. 현재의 임금이나 물가가 1990년대와 비슷하다. 일본이 정체되어 있는 동안 한국과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일본을 따라붙었고 중국은 국제적 역할에서 일본을 넘어섰고 한국도 일본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대등한 국가로 행동하고 있다.

일본의 국력이 추락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2010년 벌어졌다. 2010년 중국의 GDP가 일본을 추월하였고 현재는 3배나 된다. 또한 2010년 중국과 일본이 서로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센카쿠열도(중국어로 釣魚島)에 진입한 중국어선을 일본이 나포하자 중국은 희토류의 일본으로의 수출을 중단하였고 일본정부는 이에 놀라 바로 선원들을 석방했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상황에 분개했다. 2011년에 더 극심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본 동북지방에서 리히터 9.0의 대지진이 일어나며 원자력발전소가 붕괴되고 2만여명이 죽었다. 이때부터 일본의 우경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때부터 일본의 불만이 주로 한국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중국은 힘이 너무 강해서 아베정부도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인 신문에 따르면 2020년 11월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일본의 경제력이 약하다는 인식(32%)이 강하다(28%)를 넘어섰다. 군사력, 정치력, 외교력 등의 국력에서도 자신감이 현저히 떨어졌다. 한국을 싫어한다가 60%로 좋아한다 20%를 크게 앞섰다. 86%가 중국이 위협적이라고 동의했다. 2012년 이후 계속 60%가 넘는 일본인들이 한국을 싫어하고 있다.

아베와 같은 우익 정치인들이 한국을 몰염치한 적으로 만들어 일본인들의 불만을 그곳으로 투사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은 식민지를 통해 근대화를 촉진시켰고 60년대 이후 경제성장을 도와주었는데, 아직도 저 아래 등급인 한국이 자신들의 영토인 독도를 점거하고, 있지도 않은 성노예를 조작하여 국제법을 위반하고 약속도 안 지키며 자신들을 모욕한다고 생각한다. 불안한 일본인들이 자아반성보다는 혐한에 몰두하다 보니 일본TV에 혐한이 넘쳐나고 있다.

이정덕 <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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