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알고 자존(自尊)을 찾자
부끄러움을 알고 자존(自尊)을 찾자
  • 김태중 주필
  • 승인 2021.02.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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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을 빼면 시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인데 유독 이것에 집착하는 집단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언론이며, 다음이 정치권이라 할 수 있다. 이걸 잘못 건드리면 돌이키지 못할 정도의 피해를 볼 수 있다. 대화를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이걸 건드리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올바른 이야기라도 돌려서 말해야 한다. 이것이 개입되면 논리도 무너지곤 한다. 바로 ‘자 존 심!’이다. 언론사회에서 기자들의 자존심은 다른 집단보다 세다. 자존심을 빼면 남는 게 없다. 기자들의 자존심 싸움은 기본적으로 보도, 특종에 대한 욕심이다.

대형 특종을 터트린 날에 기자실을 가보면 ‘나 이런 사람이야’하고 특종한 기자의 고개가 뻣뻣하다. 물론 언론인으로서 인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목에 힘이 더 들어간다. 반대로 낙종을 하면 부끄러음과 함께 오기가 생겨 이를 만회하려고 더 치열하게 취재한다. 기자사회엔 ‘냉수 먹고 이 쑤신다’는 말도 있었다.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 배를 곯으면서도 자존심만은 지켰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기자사회에 자존심이 살아 있기에 언론의 비판과 감시,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정치권인 자존심도 만만치 않다. 기관·단체에서 주요 행사를 치르다 보면 의전서열을 놓고 감정싸움이 부지기수다. 격식과 의전을 갖춘 행사에서 자신의 자리배치가 밀려나면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되돌아가기가 일쑤다. 공직사회에 ‘정책에 실패한 공무원은 용서해도, 의전에 실패한 공무원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정치인에게 의전은 매우 민감한 문제로 자존심이 걸려 있다. 행사에 초청됐다가 인사말 시간을 주지 않으면 돌아와서 ‘들러리만 섰다’고 뒤끝이 작렬한다.

정치권의 자존심 싸움은 상대 당이나 인물에 대한 딴지걸기 등 소모전 성격도 강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약속하자, 국민의힘이 한껏 눈치를 보다가 가덕도 신공항과 한일 해저터널을 들고 나온 것도 자존심, 기 싸움이랄 수 있다. 여기엔 정치인 자신 생명과 소속 정당의 이해가 걸려 있기도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권의 자존심 싸움은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투쟁의 일환으로 주로 나타난다.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책임진 전주상의가 흔들리면서 회장 선거가 난장판이다. 전주상의 회장선거는 지난해 말 대규모 신규회원 가입으로 회원 자격 논란이 일었다. 결국, 임시총회를 개최해 신규회원의 투표권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개정했으나 후 폭풍이 컸다. 임시총회의 적법성 여부와 일부 회원들의 법원 의결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전북도의 개정된 전주상의 정관 승인 보류 등으로 정상적인 선거를 진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하고 엄정하게 선거를 관리해야 할 전주상의가 원칙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결국 후보자 간 갈등을 부추기고 혼란스런 선거국면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전주상의 회장에 출마한 3명의 후보는 모두 지역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훌륭한 분이라 생각한다. 경제계 수장 후보로서 충분한 역량도 갖추고 있다. 지역 상공 발전을 위한 마음으로 나섰는데 회장 선거가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비치고 있다. 후보들의 자존심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후보들을 난장판으로 내몬 것은 선거를 관리하고 있는 전주상의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존심은 부끄럽지 않을 때 굽히지 않고 품격을 지키는 마음이다. 나아가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마음, 화합과 상생을 위해 나를 던지는 것도 자존심이다. 전주상의 지휘부가 지금이라도 혼란스러운 선거국면을 수습하고 중재 조정에 나서 3명 후보의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란다.

김태중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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