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부러우면 입사하라는 분께
억대 연봉 부러우면 입사하라는 분께
  • 장상록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 승인 2021.02.02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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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에서 8년 3개월을 생활한 집을 아직 처분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아파트 6층을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은 예견했다. 지인이 선물을 보내왔을 때도 업체에서 상황을 알고는 배달을 거부하거나 별도의 요금을 요구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단 한 번 예외가 있었다. 한 여름 냉장고가 고장 나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문을 했다.

냉장고를 가지고 왔다는 전화를 받고 집에 갔을 때 두 분이 냉장고를 등에 지고 6층 계단을 올라왔다. 미안함을 가지고 그분들께 말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곳에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들은 환한 웃음과 함께 괜찮다며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물었다.

“구 냉장고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원하시면 저희가 치워드리겠습니다.”

그들은 못쓰게 된 냉장고를 지고 6층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그 두 분께 드린 것은 시원한 음료 한 병과 감사의 말이 전부였다. 그들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였다.

냉장고를 등에 지고 6층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내게 단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은 그들은 어쩌면 예외적 존재다. 나는 앞서 배달을 거부하거나 웃돈을 달라고 했던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 노동자들에게 내가 지불한 대가가 적절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는 정당해야한다.

이제 그 집은 내게 하얀 코끼리가 되었다. 집은 비어있지만 거주여부에 관계없이 소유자로서 지출해야 할 공과금은 꼬박꼬박 나온다. 그에 대해 별다른 이의가 없다. 그럼에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이 있다. TV 수신료다. 8년 3개월을 넘어 지금까지 나는 TV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TV 시청을 그다지 원치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방송 수신이 거의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신료를 내왔던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비록 1년에 한두 번을 보더라도 보는 것은 보는 것이니 내야한다는 논리를 반박할 지적능력의 부족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KBS의 놀라운(?) 징수방식이다. 전기요금에 통합해 의무적으로 징수해가는 이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내세울 만하다.

일본 NHK 최고경영책임자가 KBS 수신료 징수 방식을 듣고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NHK라고해서 그 편안하고 완벽한 방식을 몰랐겠는가.

그럼에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을 KBS가 해낸 것이다.

나는 이제 예산 집에 있는 TV의 수신료를 내야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을 수 없다’는 진부한 법언을 떠올리며 한전에 전화를 걸어 신청하려하니 통화가 되지 않는다. 사이버 한전에 회원가입까지 해가면서 신청을 하려하니 전화로 하라는 말과 함께 민원란이 초기화 되어버린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자영업자와 민간기업에서는 KBS의 이런 놀라운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할 일이다.

KBS가 검증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예산 집에 홀로 남아있는 TV의 불능화(?)에 나설 것이다.

억대 연봉 부러우면 입사하라는 당당한 기개를 가진 구성원을 가진 KBS의 전도는 유망해 보인다. 경영을 잘해 구성원의 임금수준을 올리는 것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나는 KBS 구성원의 연봉이 세계 최고수준이 되길 바란다.

다만, 내게서 받아가지 않아야 할 돈을 징수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뿐이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KBS 수신료 안내는 법’은 내 짧은 경험으로 봤을 때 이미 충분히 무력화되었다. 억대 연봉 부러우면 입사하라는 그 분은 분명 그 조직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이제 그에 대해 답한다. 나는 그대 연봉에 관심이 없다. 내 관심은 내가 부당하게 지불하는 내 작은 돈에 있을 뿐.

장상록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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