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에 산다] (18) 줍고·쓸기 20년에 어느덧 古稀(고희)…西林공원 미화원 柳世炳씨(유세병)
[보람에 산다] (18) 줍고·쓸기 20년에 어느덧 古稀(고희)…西林공원 미화원 柳世炳씨(유세병)
  • 김재춘 기자
  • 승인 2021.02.06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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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풀과도 끈끈한 情
무료한 소풍객들의 정다운 말벗
“돈과 명예와는 담쌓은지 이미 오래”

 
 국립공원 邊山半島(변산반도)를 거느리고 있는 扶安군 소재지 邑內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는 西林공원을 찾는 이면 누구나 깨끗이 정돈된 산책로에 놀란다.

 城皇山 허리를 자아돌며 완만하게 닦아진 공원의 산책로가 뜻있는 한 노인의 정성으로 마끔하게 지켜지고 있다.

 72세 노구의 柳世炳씨(유세병)할아버지(부안군 보안읍 서외리 2구).

 柳노인이 이 공원의 청소에 뜻을 둔 것은 벌써 20년이나 됐다.

 그는 42만7천㎥나 되는 산을 보호하고 이산에 설치된 각종 공원시설들을 돌보며 산책로를 자기집 마당 마냥 줍고, 쓸어 가꿔왔다.

 건강이 좋지 않아 새벽 산보를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쓰레기 줍기를 시작한 것이 몇년전부터는 일당 5천원 벌이의 공원청소부로 아예 자리를 굳혀 버렸단다.

 “새벽길을 오르는 부안읍 주민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지요”

 확트인 西林공원의 전망 마냥 오르는 길도 말끔히 치워져 있어 누구나 이곳을 들르는 사람이면 잘 정돈된 환경에 마음을 편안히 쉴 수 있는 것도 柳노인의 덕택.

 柳노인이 쓰레기줍기를 시작했을 때만도 공원이 자리한 성황산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어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단다.

 “이제 그런대로 시민의식이 고취되어 있어요” 공중질서의식에 대한 柳노인의 중간평가다.

 그러나 아직도 철없는 젊은이들의 질서의식은 확실하지가 않단다.

 “어지럽히는 사람과 청소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야 되겠냐”며 아직도 정착되지 못한 공중질서의식의 부족현상을 꼬집는다.

 청소와 함께 지내온 20년 세월속에는 공원주변의 나무들과 나눈 정도 웬만해져 꺾여나가는 가지를 볼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자연은 우리의 고향인 만큼 다같이 보호해야할 것”이라고 자연보호 외침을 잊지 않았다.

 柳노인은 이곳의 청소뿐 아니라 古風이 서린 육모정 그리고 최근에 마련된 사회체육시설 보호에도 눈길과 손길을 주어야 한다.

 공원에서 보내는 그의 하루 일정은 상당히 바쁘다.

 직업이 되어버린 쓸기, 줍기는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봄볕따라 무료를 달래며 오르는 노인들의 말벗이 되는것도 그의 일과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

 그런가하면 청춘남녀들의 사진사 역할까지 담당해주는 등 공원을 찾는 이들의 필요에 응하고 있다.

 특히 “할아버지 ‘셔터’좀 눌러주시겠어요”라며 엉기는 젊은이들의 애교에 떠밀려 맡겨지는 카메라를 만지다보니 이제는 웬만한 사진쯤은 부담없이 찍게됐단다.

 너무나 욕심없이 허접쓰레기만 치워온 인생이나 그에겐 아예 명예욕도 권세도 남의 것이었으리라.

 아름다움이 고운 차림에서만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 충족한 현대인의 고정관념이지만 자연은 역시 차림을 위해 훼손하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깨끗이 가꾸는 정성만으로도 아름다움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말많은 세상이 만들어내는 말도 안되는 어수선한 일들을 그의 노련한 빗질로 확 쓸어버릴 수 있다면….
  

 차동주 記
 김재춘 옮김
 1989년4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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