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사돈이 논을 사면 박수치는 한 해가 되자
새해엔 사돈이 논을 사면 박수치는 한 해가 되자
  • 백순기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 승인 2020.12.29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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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다. ?기근기(식량이 부족했던 시기, 가뭄 등)에 쓰던 말이라고 어렴풋이 어르신들께 들은 바 있지만 잘 모르겠어 인터넷을 찾아 봤다.?조선시대 당시는 맥령(麥嶺)이라고 했단다. 전년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나고, 당해 농사지은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5~6월,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운 시기에 끼니를 잇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한 해 보릿고개를 넘기는 게 중요했을 것이다. 농업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 계속되는 흉년과 식량부족으로 끼니를 걱정하며 어렵게 살아왔던 게 우리 선조들이다.?

 ? 하얀 쌀밥에 고기반찬을 외면하고 프랜차이즈 가공식품들을 더 선호하는 신세대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SNS나 TV에서조차 먹방 이라는 프로가 대세다. 이런 프로들이 인기를 끌며 우후죽순 성행하는 것은?그걸 즐기며?따라하는 이들이 많아졌음의 반증이니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 할 것이다.

 ? 갑자기 먹방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배고파서 굶주리는 사람이 없고, 되레 많이 먹는 것보다?적게 먹어?건강을?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과거에는 배가 고파 심지어 죽는 사람까지 나왔지만, 지금이야 배고파서 아사 사람은 없지 않은가! 많이 먹어 배가 아픈 것이야 호사라 치자.?그런데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고 심사가 뒤틀려 배가 아픈 사람이 있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사돈이 논을 사면 배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다른 사람이 잘되는 꼴을 못 본다는 말을 우회한 것이다.?주변에 함께하는 사람이 본인보다 많은 것을 갖거나 잘 나가면 해코지를 한다는 말과 같다.

  얼마 전에 잘 아는 지인에게 “왜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자꾸 소설처럼 음해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요즘은 배고픔은 참는데 배 아픔은 못 참는 세상 아니냐”는 말이 돌아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이해가 가는 대목이 있는 말이었다. 사돈이 논을 사면 왜 배가 아플까? 일반인의 상식이라면, 더 좋아하고 박수를 쳐줘야 하는 게 아닌가!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 그동안 잘 살지 못했다고 생각한 사람이 갑자기 본인 삶보다 조금 더 잘나간다고 생각해서 시기와 질투심에?배가 아픈 것인가.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이 잘되면 더 잘될 수 있도록 박수를 쳐주고 응원해주는 게 맞지 않은가.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이 많으면 많았지 좋지 않은 일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극히 일부이겠지만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작은 우산보다는 큰 우산 아래가 비를 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 우산이 작다고 생각이 들면 우산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고 함께 노력을 해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한때 공중파 방송에서 큰 인기를 끈?‘칭찬합시다’란 프로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시청률이 높다는 골든타임 방송시간에 이런 프로가 선보였을까. 남을 헐뜯지 말고 칭찬하자는 이 프로그램은 많은 국민에게 감동과 교훈을 안겨 주었다. 험담보다는 칭찬이 나라의 융성을 담보할 저력이라는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파됐던 것이다. 남이 잘 되는 걸 배 아파해서? 자신이 잘 될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역시 다른 사람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나는 ‘지기추상(持己秋霜) 대인춘풍待人春風)’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자기에게는 가을의 서리처럼 엄격해야 하고,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라라는 말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다음에 다른 사람을 평가해야 할 것이란 교훈도 들어 있다.

  주변이 흥해야 나도 흥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훈훈하겠는가. 주변이 잘 되면 박수쳐주고 응원해주면 내 모습도 변화되겠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2020년 경자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남을 시기하거나 질투한 일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2021년 신축년은 소처럼 우직하게 주변이 잘 되도록 힘차게 응원하는 한해, 사돈이 논을 사면 내 건강과 내 행복을 위해 박수를 쳐 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백순기<전주시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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