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화요일 - 흙 색깔이 왜 이래요?
9월 15일 화요일 - 흙 색깔이 왜 이래요?
  • 진영란 장승초 교사
  • 승인 2020.10.2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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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부터 가을 씨앗을 심고 있다. 추운 겨울을 나고 늦봄에 수확하는 마늘이며 양파를 심기 위해 밭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주에 심은 무 싹도 살펴보고, 본 잎이 생기기 시작한 당근 밭에 옹기종기 모여서 풀도 뽑았다. 밭에 심는 작물이 다양해지니 가을에도 싹이 트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온라인 학습으로 놓쳐버린 씨 뿌리는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교실 앞 이동식 틀밭에 당근씨앗을 뿌리고 관찰해 봐서 그런지 풀보다 작은 당근 싹을 잘 알아차린다.

 지난주 수요일에 심은 양파모종을 살펴보았다. 아직 싹이 트지 않은 것 같았는데 까만 씨앗에서 뿌리가 나오고, 잎을 틔울 차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우리 1학년도 밭을 한 번 만들어 볼 거예요.”아이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이슬샘이 우리를 딸기 순이 뻗어나간 딸기밭으로 이끈다. “우리가 만든 밭에다가 이 딸기를 옮겨서 심어줄 거예요.”

 “딸기를요? 딸기를 지금 심어요? 지금 심어도 먹을 수 있어요?”

 심드렁하던 아이들이 관심을 보인다.

 “올해는 못 먹지만, 지금 심어 놓으면 내년 봄에 딸기를 먹을 수 있을 거예요. 딸기는 새로운 순에서 열매가 열리거든요.”

 저마다 새콤달콤 빨간 열매를 떠올리는지 곁순을 달고 있는 딸기모종에 시선이 가 있다.

 비가 많이 와서 다져진 밭을 둘러싸고 저마다 삽 하나씩을 앞에 두고 모여 섰다. 딸기밭을 만들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이슬샘이 삽을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나서 본격적으로 삽질을 했다. 1학년 아이들의 삽은 흙 속으로 쉬 들어가지 않는다. 온몸의 무게를 실어 힘겨운 구름질을 거듭해야 겨우 반 뼘 정도 흙을 뒤엎을 수 있다.

 그렇게 이랑을 뒤집고, 고랑을 만들다가 예성이가 묻는다.

 “선생님! 여기 흙색깔이 왜 이래요? 검정색이에요! 거름이 많은 건강한 흙인가요?”“여기는 약간 푸르고 회색이에요.”그 때부터 아이들이 다양한 흙 색깔을 찾아서 삽질을 하기 시작한다.

 “흙 공부를 할 때가 되었네요.”

 이슬샘이 삽질을 멈추고 아이들과 빙 둘러 틀밭에 앉는다.

 “흙색깔이 어떻게 다르지?”“까만색도 있고요, 푸른색도 있어요.” 

 아이들은 황토색과 다른 흙 색깔들이 궁금하다.

 “흙은 어디에서 왔을까?”아이들은 원래부터 밭에 있던 흙이 어디에서 왔는지 답을 찾기가 어렵다. 그 때 영윤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바윗돌 깨트려 돌멩이, 돌멩이 깨트려 자갈돌, 자갈돌 깨트려 모래알! 흙은 바위에서 왔어요.”“맞아요. 저기 세동천에 있는 돌멩이들을 보세요. 색깔이 다 다르죠? 그래서 흙은 어떤 돌멩이들이 부서져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그 색깔이 달라요. 그러니까 검다고 모두 다 건강한 흙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흙의 색깔이 달라지게 하는 또 한 가지는 물이에요. 물이 적으면 모래처럼 밝은 색을 띄고요, 많으면 검은 색을 띈답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흙 색깔에 영향을 주는 있는 것이 또 한 가지 있는데 뭘까요? 바로 풀이에요. 우리가 열심히 풀농사를 지어서 풀이 땅에 거름이 되어 있으면 여러분 말처럼 검은빛을 띄고, 양분이 많은 촉촉한 흙이 되는 거예요.”그러면서 황토빛을 띄는 흙, 푸르스름한 흙, 검은 흙을 손바닥에 놓고 색깔과 감촉을 비교해 주신다.

 “흙은 꼭 쥐었다 놓으면 황토빛은 잘 부스러지는데, 푸르스름한 흙은 조금 더 단단하게 뭉치고, 검은 흙은 수분이 많아서 뭉쳐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고 잘 뭉쳐져 있어요.”

 영윤이는 며칠 전 비가 올 때 운동장에서 흙으로 작은 공을 만들었던 즐거운 기억을 우리들에게 말해주었다. 그 때 만든 흙공이 엄청 단단하게 잘 뭉쳐졌다며, 역시 물기가 많은 좋은 흙이었다고 자부심을 갖는다.

 이슬샘의 흙수업이 끝나자 우리는 즐거운 삽질을 계속했다. ‘로타리’라는 새로운 농기구로 구들과 힘을 합쳐 흙을 잘 뒤집었다.

 “엄청 대단한 1학년이네! 정말 잘 한다.”“그렇죠? 우리처럼 밭을 직접 만드는 1학년은 아마 없을 거예요!”

 제 힘으로 밭을 만들어 본다는 것은 정말 짜릿했나보다. 그 어느 때보다 밭에 머무는 시간동안 집중을 잘 했다. 아이들은 빨리 딸기모종을 심고 싶어 했지만, 시간이 다 되어 다음 주에 하기로 했다.

 텃밭에서 땀흘리는 이 소중한 기억을 우리 아이들이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진영란 장승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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