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또 하나의 비상구 ‘완강기’
생명을 살리는 또 하나의 비상구 ‘완강기’
  • 제태환 완주소방서장
  • 승인 2020.09.2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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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폐소생술 교육이 보편화 되면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학생부터 어른까지 한번쯤은 소방서 등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거나 초등학생이 심정지가 발생한 아버지의 생명을 살렸다는 언론보도 등을 통하여 심폐소생술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때 사용하는 완강기 사용법은 우리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완강기는 화재 시 건물 내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한 대피를 돕는 피난기구로, 건축물의 3층에서 10층까지 설치되어 있어, 평소 설치 장소와 사용법을 알아두면 화재 시 옥상, 계단 대피가 어려워 피난로 등 비상구가 막혔을 때 사용하는 마지막 탈출 수단이다.

 완강기 사용법은 어렵지 않으며 누구나 배워서 사용할 수 있다.

 첫째 완강기 보관함에서 완강기를 꺼내 지지대 고리에 완강기 고리를 걸고 잠근다.

 둘째 지지대를 창밖으로 밀고 아래를 확인한 다음 릴(줄)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셋째 안전벨트를 가슴에 착용하고 고정링을 가슴 쪽으로 당겨 조여 준다.

 마지막으로 아래를 확인한 후, 이상이 없으면 벽을 바라보는 자세로 양팔을 벌려 아래로 내려간다.

 이처럼 완강기는 순서만 알고 있다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피난기구이다.

 또한 완강기는 계속 사용이 가능한 일반 완강기와 일회용인 간이 완강기로 나누어진다. 일반 완강기는 밖으로 던져지는 릴 안쪽에 2번째 밸트가 있어 한명이 밸트를 타고 내려가면 밖으로 던져진 밸트가 다시 올라와서 연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대피한 사람이 신속하게 몸에 장착한 밸트를 풀어야 다음 사람이 대피할 수 있다. 완강기는 벽면에 지지대가 설치되어 있지만 간이완강기는 지지대 없이 벽면에 고리걸대를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으며 일회용이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2018년 11월 중 서울 종로에 있는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를 떠올려본다. 당시 고시원에는 완강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완강기 사용법을 몰라 탈출에 어려움을 겪어 7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완강기 사용법을 알고 있었다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평소 삶의 공간에서 완강기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인지하고 사용법을 익혀 놓는 것이다.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실내가 어두워지고 연기 등 유독가스가 가득차기 때문에 완강기 사용에 대한 이론만 알아서는 피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완강기는 하나의 줄에 매달려 신속하게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추락에 대한 공포심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실제 완강기를 체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운 소방서나 안전 체험관을 방문하여 완강기 탈출 체험을 해 보는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이러한 소방시설 중에서 완강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기 설치된 건물, 특히 다중이용업소·호텔·여관 등에서 완강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완강기 앞에 물건을 적재시켜 놓는 행위 등을 하는 것은 화재 등 위급한 순간에 귀중한 생명을 잃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생명을 살리는 또 하나의 비상구 역할을 하는 완강기 사용법을 익혀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이를 이용, 안전하게 대피해 인명피해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한다.

 제태환 완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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