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묘순이의 새끼 순둥이
길냥이 묘순이의 새끼 순둥이
  • 김재성
  • 승인 2020.08.02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집이 지집인냥 시간만 대면 밥달라고 시위하는 묘순이.

 이미 지난 두 번의 출산이 있었으나 새끼들은 모두 병들거나 추위에 얼어 죽어서 어미로서 모정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계절에 낳은 새끼는 잘 자랐으나 우리 집의 터가 안좋은지 4마리중 2마리는 병들어 죽고, 1마리는 한밤중에 길고양이들끼리 싸움에 잘못 끼어들어 물려 죽었다.

 남은 한 마리.

 지 형제들에 비해 가장 작고 비실대며 병든 것처럼 보였던 녀석은 살아남았다.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자가 강하다고 가장 약한 녀석이 콜록콜록 기침을 해대며 부모님이 내준 거실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밥만 먹고 나먼 아버지에게 쪼르르 달려가 품에 안겨 잠이 드는데 어찌 귀여워 안해주겠냐며 이름도 순둥이라 지었다.

 그런 녀석에게 지금 부모님이 갈등을 겪고 있다.

 녀석이 아무대나 대변을 눈다.

 고양이라면 구석지고 깨끗한 모래에 변을 누며 잘 덮어 놓는게 본능인데 이 녀석에겐 아닌가보다.

 한 두 번이 아니어서 보다못해 밖으로 내쫓았다.

 근데 녀석이 문밖에서 계속 울어댄다. 거실에서 놀때나 밥 달라고 시위할 때도 울지 않던 녀석이 문 열어달라며 울어댄다.

 내가 아버지에게 “녀석의 버릇을 잘 못 들였다. 아버지가 다 받아주니 문 열어달라고 울지 않느냐”고 말하자 마음 약한 아버지는 결국 거실문을 열어주어 받아 주었다.

 거실에 들어서자 마자 밥통으로 직행, 그후엔 온 집안을 다시 탐색한다.

 어미 묘순이는 처음엔 밖에서 지 새끼 걱정에 방으로 들어오지는 못하고 불안한듯 지켜보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다.

  “들어갔냐”는 등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 더이상 순둥이와 같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이미 젖을 떼었으니 독립시키는 듯 하다.

 이제 자립의 터로 우리집 안방을 택한 순둥이는 부모님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려면 변을 가려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내가 독하게 마음먹고 밖으로 내칠 것이다.

 주객이 전도되어선 안되기에...

 김재성 / 전주시 금상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