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방정환의 어린이 사랑
소파 방정환의 어린이 사랑
  • 이상우
  • 승인 2019.05.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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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파는 가난한 집의 외아들이었다. 7세 때 부모님 몰래 삼촌 뒤를 따라 매동초등학교에 갔다가 교장선생님께 붙잡혀 머리를 깎아야 입학을 허락한다는 말에 댕기머리를 깎아 들고 집에 와서 할아버지에게 회초리를 맞은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9세 때에 집안이 망하게 되어서 콩나물죽으로 연명하다보니 도시락을 싸가지 못하였다. 대고모 댁에 도시락을 들고 밥을 얻어먹으러 갔던 일, 이모 댁에 자루를 들고 쌀을 꾸러 갔던 일은 죽기보다 싫었다고 했다.

  10세 때 영민한 이 소년을 귀엽게 생각한 미술가 한 분이 불우한 그의 사정을 알고 양자로 삼고 싶어 했으나 외아들이므로 양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미술가는 소년에게는 분에 넘치는 고급 장난감을 주었다. 그것은 반사 환등기였다. 그림엽서는 물론이요 종이에 그림을 그려 기계에 넣으면 커다랗게 그 그림이 영사막에 나타났다. 물론 천연색 그대로였다.

  소파는 자기가 만든 그림으로 그 시절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 내용은 즐거움, 기쁨, 슬픔을 예술적으로 표현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구박받고 짓밟히는 어린이들의 생활을 정신적, 현실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이에게 인권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100여 년 전의 시대에는 하나의 혁명이었다. 어린이 문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시대이기에 소파의 소년 운동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1919년 3월 1일에 소파는 21세의 나이로 보성전문학교에 재학 중이었다. 그 학교 윤익선 교장선생님은 『독립신문』 사장이었다. ‘독립선언서’를 찍었던 〈보성사〉에서 『독립신문』 제1호가 인쇄되었다. 『독립신문』 관계로 윤 교장선생님이 체포되자 소파는 몇몇 친구들과 등사판 인쇄를 하여 집집마다 뿌렸다. 해외 소식은 선교사를 통하여 비밀리에 정보를 모았다.

  소파는 천도교 3대 교조 손병희 선생의 셋째 사위가 되었다. 장모인 홍씨는 소파가 몸이 허약한 것은 알고 보약을 제공하여 뚱뚱한 몸이 되었다. 호강스럽게 자라지 못한 소파는 고생하며 자라는 어린이들 편에서 불행까지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소파는 조용한 가운데서 최선을 다하여 어린이들을 사랑하였고, 미래사회의 서광을 바라보고 나갔다. 소파의 어린이 사랑은 “어린이날 선언문”에 잘 나타나 있다.

  소파는 어린이들은 영원한 친구라며 “어린이들을 어른처럼 존중해 줘야 합니다. 어른보다도 아이들을 더 받들어야 합니다.”라고 호소하며 외치셨다. 어린이들에게는 “씩씩하고 참된 어린이가 되자. 그리고 늘 서로 사랑하며 도와주는 어린이가 되자”라고 가르쳤다. 소파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린이 사랑운동의 차원을 넘어, 나라 잃은 백성의 슬픔과 아픔을 달래고 민족혼을 일깨워 주려는 해방운동이자, 애국애족운동의 실천가라 하겠다.

  “금일의 생활이 비록 이러하여도 내일의 생활은 잘 될 수가 있겠지, 다만 한 가지 희망을 살리는 도리는 내일의 호주(戶主), 내일의 일꾼인 소년소녀 들을 잘 키우는 것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한 가정을 살리는 데도 그렇고, 나라 전체를 살리는 데도 그렇고, 이것만이 확실한 우리의 활로입니다. 바로 어린이 교육입니다.”라며 어린이의 위상을 높여갔다.

  첫째는 어린애, 아이놈을 어린이라는 말로 격상시켰고, 둘째 성인중심 사회적 통념을 깨려고 했고, 셋째 『어린이』 잡지를 통한 문예운동 전개에 온힘을 쏟아 부었다. 소파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소년 운동의 대들보이다. 소파는 죽는 순간까지 어린이 사랑을 잃지 않았다.

 글= 이상우(한국아동문학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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