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와 폰트 파일… 글자체에도 저작권이 있는가!
폰트와 폰트 파일… 글자체에도 저작권이 있는가!
  • 최성태
  • 승인 2019.03.18 16: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전주농협은 우리 농산물을 홍보하기 위해 매년 복숭아 축제, 미나리 축제와 같은 다양한 축제를 진행한다. 해당 축제를 알리기 위해 인쇄업체에 브로셔 제작을 의뢰하고, 그 브로셔를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기관 홈페이지에 올려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서체(폰트) 프로그램회사’의 위임을 받은 법무법인이 복숭아 축제를 기획한 부서로 내용증명을 보내왔다고 하면서 나를 찾아왔다. 내용증명을 확인해보니, ① 브로셔 제작에 사용된 서체(폰트) 프로그램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는지, ② 해당 서체를 사용한 브로셔를 홈페이지에 게시할 수 있는 권한을 취득하였는지에 대한 답변을 구하면서 그에 대한 사용허락 등을 받지 않았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형사상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서 작성을 위해 사용하는 ‘MS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에는 굴림체, 궁서체, 돋움체 등 다양한 글자체(글꼴, 서체)가 담겨있다.

 이러한 ‘글자의 모양’을 폰트(font) 또는 폰트 도안이라고 한다. 이와 구별되는 개념이 폰트 파일인데, 폰트(글자의 모양)를 디지털화해서 화면에 표시할 수 있도록 한 전자적 형태의 데이터 파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컴퓨터 C드라이브를 검색하면 ‘fonts’라는 폴더에 담겨있는 글자체 파일 같은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폰트와 폰트 파일 중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것은 무엇일까?

 저작권법은 폰트가 저작권 보호대상인지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대법원은 “인쇄용 서체도안과 같이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창작된 응용미술 작품으로서의 서체도안은 거기에 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하여 기본적으로 폰트 자체는 저작권법상 보호의 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4누5632 판결 참조).

 반면 폰트 파일의 경우, 다른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사용되는 컴퓨터프로그램으로 보아 저작권법이 정한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써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9호, 대법원 2001. 6. 29. 선고 99다23246 판결 참조).

 일반적으로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은 등록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폰트 프로그램을 창작하는 동시에 발생한다. 그리고 폰트 파일의 저작권은 프로그램을 창작한 자나 프로그램의 창작을 기획한 업체가 갖는 것이 원칙이다.

 폰트 파일의 저작자가 갖는 권리에는 공표권, 성명표시권 등의 저작인격권과 복제권, 공중송신권 등의 저작재산권이 포함된다. 따라서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내려 받거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리면(업로드) 저작자의 복제권, 전송권 침해로써 저작권법 위반이 된다.

 그러나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은 폰트 프로그램을 적법하게 구입했는지 또는 라이선스를 받아 정당하게 컴퓨터에 설치했는지에 대해서만 미치는 것이므로, 정당한 폰트 프로그램의 사용자가 해당 폰트 파일을 이용해 만든 이미지, 로고와 같은 내용물에는 저작권이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주농협의 복숭아 축제 담당자가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내용증명에 기재된 주장은 타당한가?

 먼저 브로셔의 인쇄를 의뢰받아 제작한 인쇄업체의 경우, 해당 폰트 프로그램 제작회사와 이용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음으로 해당 폰트 파일을 사용해 제작된 브로셔의 경우 인쇄업체는 폰트 파일을 복제 등의 방법으로 이용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폰트 파일을 이용해서 만든 컨텐츠(내용물)에 대해서는 폰트 파일 저작자의 권리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만약 위 사안에서 정당하게 구입한 폰트 프로그램의 폰트 파일을 이용해 작성한 문서를 PDF 파일로 변환해 인터넷에 게시했다면 어떻게 될까?

 정당하게 구입한 폰트 프로그램 설치 시 자동으로 복제되어 저장된 폰트 파일을 다른 프로그램(PDF 프로그램 등)에서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복제권 등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다.

 요컨대, 법무법인이 내용증명으로 제기했던 문제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위와 같은 취지로 답변을 했고, 아직까지 해당 법무법인의 법적조치는 없는 상태이다.

 사실 ‘폰트’ 또는 ‘폰트 파일’과 관련해서 법적 다툼이 예상되는 사례는 상당히 많고 일반인이 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 알기’라는 소책자를 제작하여 홈페이지에 게시하였으니, 보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최성태<변호사·전주농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까오 2019-03-19 18:10:49
안전한 무료폰트,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의 무료폰트 안내를 참고하세요.
네이버의 SW자료실에 게시된 무료폰트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안전성을 검증한 100여개의 폰트만 공유마당 무료폰트에서 안내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