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심폐소생술
73. 심폐소생술
  • 박진원기자
  • 승인 2012.07.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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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정지된 환자가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뇌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심정지가 일어나 주위에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고 119에 신고한 뒤 방치했다면 아무리 빨라도 5분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4-5분간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심각한 뇌 손상을 입게 된다. 심정지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사람 중 90%가 심각한 뇌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일반인에 대한 여러 경로를 통한 전국민 심폐소생술 교육을 해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익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 실정이다.

전주병원 임상택 과장을 통해 심폐소생술 방법과 주의 사항에 대해 알아본다.
 

▲심정지 환자 하루 68명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연간 심정지 환자는 2만5000명 안팎으로 하루에 68명 정도가 사망한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에 달한다. 환자의 80%가 가정과 직장 등 의료인의 신속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8년을 기준으로 국내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2.5% 내외(2008년)로 스웨덴 14%, 일본 10.2%, 미국 7.1%~8.4%의 생존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4분 지나면 치명적

구급대가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할 확률은 약 31%로 구급대원에 의한 환자의 소생에는 한계가 있다. 심폐소생술에 의한 소생률은 심장이 멈추고 1분이 경과 하면 97%, 2분이 경과 하면 90%, 3분 75%, 4분 50%, 5분 25%다. 4분이 지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해 소생해도 심각한 후유 장애가 발상한다. 따라서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통해 멈춘 심장을 뛰게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소생한다고 해도 장애가 발생한다.
 

▲심정지 증상

인간의 심장이 멈추면 반응이 없고 동공이 확대되며 얼굴, 사지 등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온다. 짧은 경련이 있거나, 심정지호흡(가쁜 호흡)이 첫 수 분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심장보다 먼저 호흡이 정지된 후에는 한동안 심장은 뛰지만 길어지면 심장도 멈추게 된다.
 

▲심폐소생술의 순서와 방법

1. 의식 유무를 확인한다.

환자 옆에 앉아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큰 소리로 “괜찮아요?”하고 물어보아 의식을 확인한다. 환자가 반응이 없고, 호흡이 없거나 심정지호흡(가쁜 호흡)처럼 비정상적인 호흡을 보인다면 심정지 상태로 판단한다. 구조자가 의료인이라면 동시에 10초 이내로 맥박을 확인하고 일반인이라면 맥박확인 없이 다음 행동을 시행한다.

2. 119에 신고하고 자동제세동기(AED)를 요청

환자가 반응이 없고 호흡이 비정상적이면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자동제세동기(AED)를 요청한다. 갑자기 발생한 심정지의 대부분은 심실세동에 의해 유발되며, 심실세동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전기적 제세동이다. 제세동 후 정상 심장박동으로 돌아올 확률은 심실세동 발생 직후부터 1분마다 7~10%씩 감소하므로 제세동은 심정지 현장에서 신속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자동제세동기는 의료지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도록 환자의 심전도를 자동으로 판독하여 제세동이 필요한 심정지를 구분해주며, 사용자가 쉽게 제세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3. 심폐소생술 시작( 가슴압박 - 기도유지 - 인공호흡)

가슴압박 30회에 인공호흡 2회 비율로 최소 분당 100회 이상의 속도로 가슴을 압박한다.

가슴압박은 흉골의 아래쪽 절반을 힘껏 빠르게 하고 완전한 흉부반동이 되게, 압박 중단은 최소로, 압박 깊이는 최소 5cm를 유지한다. 만일 심폐소생술을 교육받지 않은 경우,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흉부압박만 하는 흉부압박 심폐소생술만을 시행하면 된다.

인공호흡은 입-입 인공호흡 방법으로 먼저 환자의 기도를 개방(머리 젖히고 턱 들어올리기)하고, 환자의 코를 막은 다음 구조자의 입을 환자의 입에 밀착시켜 ‘보통 호흡(구조자가 숨을 깊이 들이쉬는 것이 아니라 평상 시 호흡과 같은 양을 들이쉬는 것)’을 1초 동안 환자에게 불어넣는 것이다. 인공호흡은 2회를 한다.

자동제세동기가 도착하여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될 때까지 또는 119구조대가 환자를 보살필 수 있을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행해야 한다

<기고-전주병원 응급의학과 임상택 과장>

▲ 임상택 과장
심장이 정지된 환자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그러나 갑자기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처치(심폐소생술)를 통해 회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물에 빠진 사람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으로 인해 가정, 야외 어느 곳에도 위급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생명의 갈림길에 서고 주위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의 여부가 소생과 직결된다. 심폐소생술은 교육만 받으면 매우 간단한 행동 요령이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익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도 적다. 최근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하고 학교, 직장 등에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심정지가 발생한 후 4-5분이 경과 하면 뇌 손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심정지를 목격한 일반인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환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뇌 손상을 막을 수 있다.

119 구조차량이 사고현장에 도착해 심정지 환자를 살펴보면 최초 발견자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렇다 보니 병원에 도착해 소생술 후 심장이 뛰고 호흡이 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이미 영구적인 뇌손상이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병원에 도착한 환자 중 90%가 뇌손상을 입는다는 점이 우리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 응급실도 아니고 구급대도 아니다. 병원과 구급대는 많은 경우에 사후 환자처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주위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의 여부다. 심정지 환자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주위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의 여부기 때문에 전국민의 심폐소생술 습득이 필요한 이유다.

국가의 심폐소생술 교육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심폐소생술을 배우려는 개인의 노력과 관심이 소중한 주위사람을 살리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진원기자 savit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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