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마실후
부안 마실후
  • 하대성
  • 승인 2009.12.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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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진화한다. 흙길이 자갈길로, 자갈길이 포장도로로. 길의 개발순서이고 順진화이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시멘트,아스팔트를 거더냐고 흙으로 채운다. 걷기 편하도록. 또 다른 개발, 길의 逆진화다. 마실꾼들은 입 모아 얘기한다. 걷다 보면 다 환경론자가 된다고. 시멘트 길을 보면 피가 경색되고, 철재 시설물은 오감을 쭈뼛하게 만든다. 있는 그대로의 길- 조막만한 돌멩이가 올망졸망 박혀있는 고갯길, 전설을 한 채반 안고 있는 당산길, 사람과 더불어 소도 다니고 말도 다닌 오솔길. 정겨운 옛길이다.

반도인 부안지역 옛지도는 육지 속의 섬같다. 조선시대 비변사 임방안 지도를 보면 지금의 동진과 줄포지역으로 물길이 나있다. 들으면 성인품삯을 주는 옛 들돌같이 생겼다. 모나지 않다. 그래서 그럴까. 부안사람은 짠기가 적다. 길도 그랬다. 해안선 모랫길처럼 안겨주고 반겨주었다. 바람마저, 50리길 내내 살랑였다. 택일 잘 해 변산 속내를 제대로 맛봤다.

공무원-김덕진. 부안군청 환경녹지과 마실길 담당자다. 마실꾼으로 동행했다. 안내도 받고 얘기도 나눌 겸 해서. 일행은 길 답사에 전념하고 있는데, 그는 편의시설 점검에 정신이 없었다. “아니, 이것이 왜 여기 있지? 저쪽에 박아 놓았는데…" 마실길 안내판이 바닷물에 휩쓸려 위치 이동한 것이다. 다시 제자리를 잡고 끈으로 단단히 묶였다. 마실길 깃발이 꾸부정하게 누워있으면 바로 잡아놓았다. “이 곳 양어장을 체험장으로 만들면 좋으련만…”영업부진인지 개인사정인지 모르지만, 그는 문닫은 양어장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길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넘쳤다.

변산 마실길은 총 3단계로 나눠져 5개 코스로 만든다. 내년 개통될 2단계 구간은 격포에서 모항해수욕장까지 15㎞, 2011년 이후 계획된 3단계 구간은 모항에서 자연생태공원에 이르는 30㎞ 등. 전 구간 길이는 100여㎞다. 마실길 전체로 보면 1구간 시작점인 새만금 전시관에서 격포, 솔섬,모항을 지나 내소사로 이어진다. 내소사에서 다시 바닷길을 거쳐 진서리를 지나 곰소항,곰소에서 선운산 소요산을 보며 줄포마을 따라 걷게 된다. 상서를 지나 하서면 구암리 고인돌군을 지나면 다시 새만금 전시관으로 되돌아 온다. “10승지중의 하나인 변산 마실길은 손꼽히는 걷기코스다. 바다와 숲과 이야기가 기막히게 어우러져 있다.” 신정일 자문위원의 마실길 애찬이다. 그는 “4구간까지 길이 개통되면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 올레길을 뺨치는 걷기여행 코스가 될 것이다.”고 장담했다.

꽃봉우리를 막 피우려는 부안 마실길. 아직은 미약한 점이 있다. 타지에서 온 길손들은 두 가지를 지적한다. 마을쉼터와 교통안내다. 멋진 해안길과 보초길을 지나 마을에 당도하면 잠깐 쉬면서 음료수라도 마실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마을을 지나는 코스마다 폐가가 있던데, 이곳을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폐가를 잘 수리해서 길손들의 쉼터로, 그 동네 생산품 마케팅 장소로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그곳에서 마을 어른신들이 그 일대 전설과 설화를 이야기해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걷기 중간에 되돌아 갈 수 있는 대중교통안내문도 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하대성기자 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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