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동행취재> 폐지·고철값 폭락...한나절 주워도 1만원
<노숙자 동행취재> 폐지·고철값 폭락...한나절 주워도 1만원
  • 하대성
  • 승인 2008.12.18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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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아침 6시에 공원 입구에서 리어커를 끌고 온 황씨와 만났다. 서곡 배움터 뒷 담에서 출발했다. 6시10분 동아 빌라 앞에 버린 계란 판 2개를 집었다. “참 이래요. 요즘 고물이 없었요.”

6시23분 나그네교회를 지나고 주현 공인중개사 뒤쪽을 거쳐 에이스빌딩 모퉁이를 돌았다. 우체국에서 두산 아파트쪽으로 빠지는 길목인 서곡꽃집 앞에서 쌓아 놓은 신문지 한 뭉치 주워 실었다. 한 2키로 좀 나간단다. 펑화소방업체 앞에서 빈 박스 7~8키로를 건지는 뜻밖의 수확을 올렸다. 6시50분 동서로 마트 앞을 지나 전북은행 뒷길로 들어섰다. 승진 빌라 앞에서 과일박스 몇개 형광박스 두어 개 걷어 올렸다. 7시 제자들 교회 앞을 지나며 박스4개 빈병 4개를 주워 담았다. 황씨는 다른 병도 있는 데 담지 않는다. 돈이 안된다고 한다.

7시10분. 아침 식사 후 9시에 황씨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9시 정각. 리어커 바닥에 약간 쌓인 고물을 실고 황씨와 서신동으로 넘어 갔다. 또래아동도서를 거쳐 9시25분 남원 복례 추어탕 앞에서 박스 2개를 발견했다. 원룸 앞에 버려진 맥주병 열두개, 소주병 5개를 쓸어 담았다. 9시35분 영재로 키우는 도서관 앞에서 신발·옷 ·누비이불을 수거했다. 인천사람들이 전주에 까지 헌옷수거함을 설치해 놓고 정기적으로차량을 동원해 싣어 간단다. 9시55분 전주 여울초등학교 앞 전일상사에서 20키로 쯤 나가는 박스를 받았다. 인상 좋은 가게 주인이 차도 한잔 끓여다 주며 선심을 베풀었다. 마음 씀씀이를 고맙게 여긴 황씨가 재활용이 아닌 일반쓰레기까지 다 처리 해 주었다.

10시20분 세신 노래방 앞에 놓아 둔 박스 2개, 우도 일식집 앞에서 박스2개를 수거했다. 10시 40분 백제로 큰길 건너 광진 산업아파트 쪽으로 갔다. 10시50분 다다문고 센타 앞에서 박스와 자잘한 문구류를 싣고 우리 치과에서 내다 버린 박스 4개를 챙겼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재활용 차가 다니며 수거 하고 건질게 없다고 황씨가 불만 섞인 소리로 투덜댄다.

11시 만효 공인 중개사 앞에서 박스 3개를 접어 실었다. 11시 20분 동성 메디칼 센터에서 늘 나오는 공상자 2개를 올렸다. 본병원 건너 용두길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황씨 말에 따르면 화장실을 청소하는 초라한 할머니가 노숙자라 했다. 잠은 어디서 자는지, 밥은 어찌 먹고 사는 지 궁금하다 했다. 11시30분 이카페 레스토랑 앞에서 박스 4개를 올렸다. 거기서 부터 고물상까지는 청소부차가 지나가며 고물을 모두 수거 해 가기 때문에 눈 씻고 봐도 고물이 없으니 곧바로 고물상으로 가자고 했다.

12시30분 리어카에 고물 가득 싣고 중산 초등학교 뒤편 근영 고물상으로 갔다. 수거한 고물을 저울에 올려놓고 달아 보았다. 폐지 95키로, 고철 2키로,빈졍 50키로,플라스틱이 3키로 나왔다. 금액으로 환산 하니 9,100원이었다. 한 나절 일당치고는 너무 적은 액수였다. 고철이 키로당 500원씩 하다가 50원으로 폭락 했다 한다. 12시40분 신발값도 못 벌었다며 투덜대는 황씨를 데리고 인근 식당으로 갔다. 소주도 한병 시켜주었더니 물을 마시듯이 벌컥 벌컥댔다. 수확이 별로 없자 심사가 틀어진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니 1시20분이었다.

오후 2시 황씨의 리어카를 따라 오던 길을 되짚어 갔다. 본병원 건너 식당 앞에서 박스 몇개 접어 실었다. 오후에는 수거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귀가길 몇가지 고물을 건져 5시30분 거처에 도착했다. 황씨는 노숙자를 괴롭히는 게 싫다고 했다. 쉼터에 가지 않고 자유롭게 텐트 치고 살게 놔 두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서 정직하게 살고 있는 사람을 왜 이리가라 저리 가라 괴롭히느냐고 소리쳤다. 제발 올 겨울만이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은 곳에서 살도록 자유를 달라고 울먹였다.

도민기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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