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심포항·망해사
김제 심포항·망해사
  • 김제=조원영기자
  • 승인 2005.01.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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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 심포항>

 황금들녘 지평선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김제의 서쪽 바닷가로 가면 진봉반도가 펼쳐지고 이 진봉반도 끝머리 부분에 심포라는 작은 포구가 숨어있다.

  만경강과 동진강이 서해바다와 만나는 이곳은 겨울이면 겨울바다의 쓸쓸함과 별미를 찾는 관광객들이 철새처럼 많이 모여든다.

 백합산지로 유명한 심포에는 요즘 커다란 모텔들이 들어서 화려한 관광지를 연상시키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횟집들이 줄지어 서있는 때묻지않은 소박한 어촌임을 느낄 수 있다.

 진 회색의 탁한 바닷물이며, 곳곳에 닻을 내린 녹슨 통통배, 부두에 죽 늘어선 한가한 횟집 등은 언뜻 보기에 한물간 어촌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그러나 썰물 때면 심포의 진 면목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선착장 너머 서쪽으로, 방조제 공사에도 생명력을 놓지 않고 있는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분간이 안되는 4km에 달하는 끝없이 넓은 진흙 갯벌이 펼쳐진다.

 심포항의 서남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갯벌에는 대나무처럼 생긴 죽합과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 되었다는 대합이 많이 자라고 있어 이 조개를 즐기려는 식도락가 들이 많이 찾는다.

 백합산지인 심포 주변의 드넓은 뻘이 새만금간척사업 보상 이후 주인 없는 무주공산이 되어버리고 남획되면서 멸종단계에 있다고 하지만 백합 종패는 자리를 옮겨다니며 제 몸의 크기를 키우고 있어 멸종단계를 논한다는 것은 아직 이르다.

 어쨌거나 종패의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심포 어민들은 요즘 백합을 잡기위해 선유도, 장자도, 신시도가 있는 고군산열도 등 먼 바다까지 나가야 하는 형편이다.

 이로 인해 백합은 선착장에 내리자 마자 흥정이 붙고 이마저도 모자라 북한 산 백합이 수입되어 유통될 정도로 귀해져 심포 앞바다의 자연산 백합은 그야말로 금값이다.

 생합, 죽합, 바지락 등 전국 조개의 80%가 새만금 갯벌에서 나오는데 그 중 심포항과 인근 계화도에서 생산 되는 조개를 제일로 쳐준다.

 눈을 동쪽으로 돌리면 드넓은 벌판 가운데 점점이 막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루었는데 그 마을 가운데 남상, 남하, 석소 마을이 있다.

  옛날 남상과 남하 마을은 매년 300여 필의 군마를 길러 조정에 헌납한 마을로, 석소마을은 칼과 창을 가는데 쓰이는 숫돌을 5,000편씩 만들어 나라에 헌납했던 역사적인 유적지로 알려진 마을이다.  

 심포에는 선착장이 두 곳 있는데 주차장쪽 선착장 부근에는 실뱀장어 잡이배를 비롯한 어선과 해태채취선 넙외기와 선외기들이 기항하며, 또 다른 선착장에는 백합을 비롯해 죽합, 대합 등 각종 조개를 잡으러 나갔던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배들이 찾는다.

  이와 같이 맛과 멋이 어우러진 심포항에 겨울철이면 겨울바다를 즐기며, 맛보기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그래서 어떤 이는 심포항의 겨울바다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 위에 멀리 넘실거리는 겨울바다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갈매기떼의 날갯짓에 눈길을 주다 보면 새해도 열심히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어렵고 힘들다고 웅크리고 있지만 말고 차가운 바닷바람 맞으며 새해 열심히 살아갈 용기를 얻기위해 맛과 멋이 어우러진 심포항으로 떠나보자.

 ▲찾아오는 길

 김제에서 만경. 군산방면 29번 국도를 타고 가다 심포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11km들어가면 된다.

 열차나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김제역이나 터미널에서 내리면 심포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다. 

 <망해사>

 심포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망해사는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시원한 경관을 보며 머리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절 위쪽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앞으로 수평선이, 뒤로는 지평선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어 눈 둘곳을 못찾을 지경이다.

 난간에 기대서서 매섭게 불어닥치는 바닷바람을 받으며, 눈앞에 유유히 흐르는 서해바다, 뒤쪽의 추수를 끝낸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김제평야를 이리저리 감상하다보면 추운 것도,시간 가는 것도 잊는다.

 망해사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는 보는 이를 황홀경에 빠지게해 수많은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망해사 경내에서 낭랑한 목탁소리와 쏴아∼ 파도소리를 함께 즐기는 것도 운치가 그만이다.

 이곳 망해사는 망망대해 황해의 파도가 출렁이고 만경강이 서해로 흘러가는 지점, 고군산열도가 내다 보이는 곳에 세워져 있어 이름 그대로 ‘망해사’이다.

 백제 의자왕 2년에 부설거사가 개창한 망해사는 754년(경덕왕 13년)에 당나라 중도법사가 중창하였으며 조선조 인조 때 진묵대사가 복원하였다고 전한다.

 낙석전은 전라북도 지정문화재 자료 128호로 1589년(선조22년)에 진묵대사가 세웠고 그 후 중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인 고산(古山)이 망해사를 찾아 이 곳 절경에 감탄하여 읊은 시 한 수가 있어 소개해 본다.

  문을 열면

  모두 잃겠네

  주인은 목탁을 잃고

  석가모니는 중생을 잃고

  나는 나를 잃고

  바다의 품으로 모두 돌아오네

  일체는 하나의 공허로

  만파는 하나의 추파로

  서역만리에 불가슴펴고

  지는 해도 안겨 오네

  하늘도 넓게

  바다를 펴고

  짐짓 갈매기도 깨우친

  대불의 전개여

 어찌 글로써 그 황홀함을 다 표현할 수 있으랴만 이 시 한 수만 보더라도 망해사 낙조의 아름다움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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