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38> 미인들이 와서 춤을 추고
평설 금병매 <338> 미인들이 와서 춤을 추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11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7>

서문경이 은자 한 냥을 춘매한테 주었다.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 먹거라.”

“고맙습니다, 주인 어른.”

춘매가 눈을 반만 뜬 채 은자를 받아 가지고 어기적거리며 뒷걸음질로 방을 나갔다.

“새 계집의 맛은 어땠어요?”

“어떻긴 머, 그냥 그렇더구만. 난 자네가 훨씬 좋아. 새 계집은 내 취향이 아니야.”

“정말이죠? 정말 제가 좋은거죠?”

반금련이 콧소리를 내며 덤벼들었으나 서문경은 피곤했다. 반금련의 손길을 밀어내며 눈을 감았다. 또 무송의 얼굴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어떻게든 놈을 죽였어야했는데, 그 놈이 동평부의 옥사에 있을 때 무슨 수를 쓰던 죽였어야했는데, 비록 이천리 밖으로 귀양을 갔다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나한테 달려와 제 형놈의 원수를 갚겠다고 할지 어찌 알아?’

서문경이 등에 오싹 소름이 솟는 걸 느끼며 진저리를 쳤다. 한번 불안감에 빠지자 무송이 놈이 찾아 와 목을 조르는 상상은 시도때도 없이 서문경을 괴롭혔다. 잠을 자면 꿈보다 먼저 무송이 목을 조이는 상상으로 숨이 막혔고, 밥을 먹을 때도 밥 숟갈을 든 채 어깨를 흠칫 떨었다. 계집들과 방사를 할 때에는 무송의 그림자를 떨쳐버릴 수가 있었다. 밤이나 낮이나 첩들의 치마폭 속에 쌓여 살았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옆집의 화자허가 하인을 보내왔다.

“저희 주인어른께서 생신잔치에 서문대인을 초대하셨습니다.”

“그래, 우선 축하한다고 전해드리고, 시간에 맞추어가겠다고 말씀드리거라.”

그렇게 화자허의 하인을 보낸 서문경이 백년 묵은 홍주 한 단지를 머슴 추국에게 보낸 다음에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고 화자허의 집으로 갔다. 사랑방에는 벌써 응백작이며 사희태같은 건달친구들이 와 있었으며 어디서 데리고 왔는지 천하의 바람둥이 서문경이도 못 본 미인들이 와서 춤을 추고 비파를 연주하고 있었다.

“허허, 한참 무르익은 잔치판을 내가 훼방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우선 화형의 생신을 축하합니다.”

“어서 오시오. 좋은 술까지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젠가 서문대인을 초대해서 잔치를 한번 베풀고 싶었는데, 마침 핑계김에 잘 되었지 멉니까? 우리 실컷 마시고 즐겨보십시다.”

“고마운 말씀이지요.”

서문경이 자리를 잡고 앉자 춤을 추던 무희며 노래하던 가희가 옷깃을 여미고 살포시 절을 올렸다. 서문경이 은자 한 냥씩을 절값으로 내놓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