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39> 찰싹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
평설 금병매 <339> 찰싹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12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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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8>

“화형, 어디서 이런 미인들을 데리고 왔는가요? 명색이 청아현의 제일가는 한량인 내가 모르는 기생입니다, 그려.”

“허허허. 서문형님의 건망증이 심하군요. 무송이 놈 때문에 마음을 앓으시더니, 화형의 애기인 오은아도 잊으셨는가요? 혹시 마음에 들더라도 가희한테는 딴 마음을 먹지 마시오.”

응백작의 말에 서문경이 대꾸했다.

“내가 아무리 계집을 좋아하기로서니, 화형의 여자한테까지 눈독을 들이겠는가? 사내끼리의 의리가 있는데. 헌데 저 기생은 누군가?”

서문경의 눈길이 비파를 타던 계집 쪽으로 옮겨갔다. 어디선 한 두 번은 본 것 같기도 한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났다.

이번에는 사희태가 대꾸했다.

“아니, 형님. 이계저도 모른다는 말씀이요?”

“내가 꼭 알아야할 여자인가?”

“그럼요. 교아아주머니의 조카딸이 아닙니까?”

“그래? 그 꼬마가 벌써 이렇게 컸단 말인가? 이름이 계저라고 했느냐? 우리집에도 좀 놀러오지 그랬느냐? 네 어머니와 언니도 잘 있느냐?”

“어머니는 벌써 몇 년 째 다리를 못 쓰고 계시구요, 언니는 돈 많은 상인한테 반년동안 살기로 약조하고 갔어요. 할 수 없이 제가 잔치집같은데 가서 비파를 연주해서 먹고 산답니다.”

“그래? 네 생활도 말이 아닌 모양이구나. 나한테 왔으면 도움이 되었을텐데.”

“지금부터라도 도와주시면 되지요.”

계저가 서문경 곁에 찰싹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

“허허, 그러자꾸나. 내가 언제 네 집엘 한번 가야겠구나. 네 어머니가 아프다는데 문병도 할겸 가야겠구나.”

“정말요? 정말 저희 집에 오실거죠?”

계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눈빛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은 서문경이 말을 더듬거렸다.

“암, 가구말구. 말이 나온 김에 오늘이라도 당장 가야겠구나. 내가 너희집도 알아둘겸 여기 잔치가 파하면 함께 가자꾸나.”

“어머니께서도 반가워하실 거예요. 안 그래도 종종 말씀을 하셨거든요. 잔치가 파하면 꼭 가시는거예요?”

“그러자꾸나. 다음으로 미룰 것이 머가 있느냐? 저녁에 당장 가자.”

“아이 좋아라. 집에 미리 기별을 넣어놓아야지.”

계저가 잠깐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와 서문경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잔 시중을 들었다. 중간중간 가슴을 서문경의 어깨에 비비기도 하고, 호호호 웃으면서 서문경의 허벅지를 부드러운 손으로 슬쩍슬쩍 쓰다듬기도 했다. 점잖게 앉아있었지만 계집의 손길이 닿을 대마다 서문경이 흐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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