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43> 계경이 노골적으로 나왔다
평설 금병매 <343> 계경이 노골적으로 나왔다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17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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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12>

계경의 말에 서문경이 무슨 소리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방에 누워계신 어머니도 친어머니가 아니고, 교아 아주머니도 마찬가지예요. 저희들도 친자매가 아니랍니다. 그러니 아저씨도 저희들한테 부담을 가지실 필요가 없어요.”

계경이 노골적으로 나왔다. 그것은 이교아와 친척 사이가 아니니까, 마음놓고 살을 섞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친조카라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따라온 서문경이었지만, 계경이 그런 식으로 나오자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다.

“너희들은 기생노릇을 하고 있느냐?”

“저는 기생노릇을 하다가 몇 달만 함께 살기로 가 있구요, 계저는 청루에 나가기는 해도 비파만 연주하고 있지요. 아직 사내를 모르는 숫처녀랍니다.”

“정말 숫처녀란 말이더냐?”

그렇다면 은자 쉰 냥쯤은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서문경이 입맛을 다셨다.

“천하의 바람둥이인 아저씨를 속여서 뒷감당을 어찌하려구요. 계저는 분명 숫처녀랍니다. 아저씨를 만나려고 몸을 아끼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청아현의 어중이 떠중이 들이 계저를 어찌해보려고 은자를 싸들고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렸습니다만, 몸을 깨끗이 간직하고 있었답니다.”

“허허허, 그리 깨끗한 몸이라면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나같은 바람둥이를 만나서 쓰겠느냐? 난 술이나 마시고 가야겠구나.”

서문경이 짐짓 뒤로 물러서는 체 했다.

“아닙니다, 아저씨. 실은 계저가 어젯밤에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답니다. 꽃이 하얗게 핀 매화나무 아래에 서 있는데, 꽃이 눈처럼 날리드라지 멉니까? 제가 꿈해몽을 잘하는 사람한테 물어보았드니, 귀인을 만날 꿈이라지 멉니까? 계저가 사람을 보내와 아저씨가 오신다고 알리길래, 그 귀인이 아저씨인 줄 알아보았지요.”

계경이의 말에 서문경은 꼭 여우한테라도 홀린듯한 기분이었다. 이 나쁜 년들, 내 재물이 탐이 나서 수작을 부리는구나, 하고 호통이라도 치고 자리를 떨치고 일어서야하는데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 너희들의 귀인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누추한 저희집에 왕림해주신 것만으로도 아저씨는 충분히 귀인 노릇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요. 저도 한 잔 주세요.”

계저가 생긋 웃으며 술잔을 내밀었다.

“오냐, 우리 셋이 취하도록 마셔보자꾸나.”

셋이서 주거니 받거니 두어 순배 술잔을 돌리고 나자 청루에 주문한 요리가 왔다. 그러나 어차피 서문경은 화자허네 집에서 맛 있는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난 다음이었다. 독한 고량주에 마시는 청루의 기름진 요리가 입에 당길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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