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44> 잠자리를 내어줄 수가 있느냐?
평설 금병매 <344> 잠자리를 내어줄 수가 있느냐?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18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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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13>

몇 번 젓가락만 대다가 말았다.

“술이 맛이 없지요? 죄송해요. 가난한 살림이라 좋은 술을 준비할 수가 없었어요.”

계경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다. 내가 화형네 집에서 이미 맛 있는 요리와 좋은 술에 취해버렸구나. 어떠하냐? 내가 잠을 한 숨 자야겠는데, 내게 잠자리를 내어줄 수가 있느냐?”

“되구말구요. 비단금침을 그냥 깔아놓은 것은 아니지요. 제발 계저한테서 숫처녀 딱지를 떼어주세요.”

“계저와 첫날밤을 치루라는 말이더냐?”

“나쁠 것은 없지요. 쓸만한 기와집 한 채만 사주세요. 계저를 첩으로 들여앉히셔도 좋고 종종 찾아만 와주셔도 상관없어요. 기와집을 사주시면 거기에 청루를 낼 요량이예요.”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큰 부인 월랑이야 늘 병치레에 바쁘니 간섭을 않을 것이고, 나머지 첩들이야 투기를 하면 눈 몇 번 부라리면 아무 소리도 못할 것이었다. 문제는 반금련이었지만, 귀하고 비싼 보석이라도 하나 사다 안기면 바람둥이 서방님이 계집 하나를 새로 보았다고 강짜를 부리지는 않을 것이었다.

“오냐, 그러자꾸나. 내가 너희들에게 그럴듯한 청루를 하나 내어주마. 대신 계저는 나 말고 다른 사내와 살을 섞어서는 안 될 것이니라.”

서문경의 말에 계저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청루에서 비파는 타고 있지만 저한테도 정조는 있답니다.”

“오냐, 알았구나.”

서문경이 계저의 옆구리를 끌어당겼다. 계경이 젓가락도 대지 않은 요리상을 들고 나가더니, 이내 지필묵을 가지고 다시 들어왔다.

“여기다 몇 자 끄적거려 주세요.”

“무얼 말이냐?”

서문경이 이건 또 무슨 수작인가 싶어 두 계집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계저와 첫날밤을 치룬 대가로 이층짜리 청루를 내어준다는 내용을 쓰시고 수결을 하세요.”

“꼭 그래야하겠느냐? 내가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아니다.”

“몇 자 쓰시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사내는 믿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간이라도 빼어줄듯한 사내라도 막상 보고싶은 재미를 다 보고 나면 언제 얼굴색이 바뀔지 모른다구요.”

“오냐, 알았다. 써주마. 써 주면 될 것이 아니더냐?”

서문경이 기분은 나빴지만 수양버들처럼 가느다란 계저의 허리를 조금이라도 빨리 안을 욕심으로 몇 자 끄적거려 수결을 하여 넘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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