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45> 아저씨. 부끄러워요.
평설 금병매 <345> 아저씨. 부끄러워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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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14>

“이젠 되었느냐? 내가 계저와 첫날밤을 치루어도 되겠느냐?”

서문경의 말에 계경이 대꾸했다.

“그러믄입쇼. 이제 계저는 아저씨의 차지가 되었으니, 구어 잡수시건 삶아서 잡수시건 알아서 하십시오.”

“허허허, 이것 내가 꼭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구나. 화형네 집에 초대를 받아가면서도 너같은 미인을 만날 생각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는데.”

“그러기에 다 인연인게지요. 부디 좋은 밤 되십시오. 계저야, 널 평생 먹여 살리실 서문대인이시니라. 지성으로 모시거라.”

계경이 한 쪽 눈을 찡긋하고는 방을 나갔다.

“네가 정말 사내를 모르느냐?”

서문경이 계저의 허리를 안으며 물었다.

“아직 사내를 제 몸에 받아들인 적은 없습니다. 달 밝은 밤에 사내가 그리운 적은 있었습니다만, 사내와 잠자리를 한 일은 없습니다.”

“정말 그런가 어디 보자꾸나.”

서문경이 계저의 저고리를 벗겼다. 그런데 가슴의 돌기 주위가 거무스레 했다. 사내를 타지 않은 계집은 연분홍빛이 은근히 돌았는데, 계저의 것은 검은빛이 도는 것이었다. 그리고 봉우리도 아래로 축 쳐져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숫처녀의 가슴이 아니었다.

‘허허, 요것봐라. 천하의 바람둥이인 서문경을 속이려 들어?’

서문경이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새 계집이 탐이 난 주책없는 놈이 벌써부터 고개를 치켜들고 껄떡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처녀가 아니면 청루를 차려준다는 약조를 안 지키면 될 것이었다.

“불을 꺼요, 아저씨. 부끄러워요.”

사내의 손길을 타자 계저가 몸을 비틀었다. 어찌보면 부끄러워하는 것 같고 어찌보면 사내의 손길에 뜨거워진 몸을 주체하지 못해 그러는 것 같았다.

“네 몸을 자세히 보고 싶구나. 불은 그래도 두거라.”

“싫어요. 불을 끄겠어요.”

계저가 몸을 일으켜 촛불을 휙하고 불어 꺼버렸다. 방안에 캄캄한 어둠이 내려 앉았다.

‘요년이 밝은 불빛 아래에서는 숫처녀가 아니란 것이 들통이 날까봐 불을 끄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서문경이 계집의 옷을 벗기고는 귓부리부터 시작하여 목덜미를 거쳐 가슴으로 입술을 훑어 내렸다. 아흐흑 아흐흑. 계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 소리도 사내를 밝히는 계집이 흥에 겨워 내는 소리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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