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정길웅 사진작가 “오로지 저만의 마이산을 담고싶었어요”
진안 정길웅 사진작가 “오로지 저만의 마이산을 담고싶었어요”
  • 이방희 기자
  • 승인 2021.03.15 14:5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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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명인·명가를 찾아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도 자랑할수 있는 충분한 매력을 갖춘 마이산의 진면목을 널리 알리고 변화상을 보존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합니다”

 40여년 이상 오로지 신비한 마이산의 색다른 느낌을 담아온 정길웅 작가의 바람이다

 진안군 진안읍 마당에 마치 톰소여의 모험속에나 나올 법한 아담한 오두막을 안고있는 무척이나 큰 목련나무가 있는 그곳에 작가가 있다.

 1967년 진안에서 태어나 마이산이 보이는 그 마당넓은 시골집에서 마이산과 함께 청춘을 보낸 정 작가가 사진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이다.

 해외로 출장을 가신 아버지께서 어렵게 구해준 카메라는 고등학생의 남다른 섬세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정 작가는 젊은이의 열정과 기력을 뿜어내기에는 사계절 더 없이 아름답고 특이한 자태를 갖추고 있는 최고의 마이산이 항상 그의 눈앞에 있었기에 카메라 한 대를 어깨에 메고 마이산 구석구석을 필름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열정과 남다른 섬세한 안목 때문인지 21세란 어린 나이에 그는 사진전문잡지 ‘월간 영상’지에 추천작가로 등록되기도 했고 1988년 모부재의 사진병으로 군생활을 마친 그는 본격적인 마이산사진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마이산을 담아내기 위해서 주변 산이고 들이고 구석구석을 미친 듯이 다녔고 험한 지형이나 궂은 날씨도 그에게는 아무런 장애물이 될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마이산에 미친 그였다. 원하는 사진 한컷을 만나기 위해서 눈,비를 맞아가며 몇시간씩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도 하면서 더위와추위에 맞서야 했고 그 당시는 가난했던 시절이었기에 배고픔은 그에게 친한 동무가 되는듯 했다.

 “오로지 저만의 마이산을 담고싶었어요”라고 대답하는 정길웅 작가가 이런 마이산의 모습을다른분들에게 안내하고 아무도 보지못했던 마이산의 모습을 알리고 싶은 계기는 따로 있었다.

 2010년 제주도 출장중 우연히 김영갑 갤러리를 들러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그 풍경들을 눈으로 본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뭔가 찌릿하게 올라오는 깊은 감동이 있었다.

 30여년간 오로지 제주도 사진만을 담다 루게릭병으로 생을 마감할때까지 제주도 사진을 위해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김영갑 씨는 평생을 제주도 사진작업에 몰두해서 제주도를 전 세계적인 사진명소로 만들어놓았다.

 이러한 영감을 얻어 정길웅작가 역시 40여 년 애증의 작품들을 많은 이들에게 공개하여 진안 그리고 마이산을 더욱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자 마음 먹었다.

 현재도 틈틈이 사진포인트들을 돌면서 외지에서 방문한 작가들에게 사비를 털어 장소안내와 식사대접까지 할 정도로 작가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다.

 이런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에게는 마이산을 새롭게 표현해보고 싶은 열정이 생겼다. 새로운 구도를 찾기 시작했고 마이산을 360도로 돌아가며 단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디테일과 마이산의 높고 웅장함을, 계절감을 파노라마 기법으로 다시 촬영에 매진했다. 서 있기도 힘든 벼랑 같은 곳에는 공사장에서 쓰는 안전벨트를 나무에걸고 매달려 촬영하기도 하고, 비갠 후 찰나의 빛을 찍기위해 필요하면 공사장에서 쓰고 남은 자재들을 주워다 움막을 짓고 앵글을 높이기 위해 무거운 자재들을 산으로 짊어지고 올라가 놓고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라면과 커피로 끼니를 때우며 남들은 보지못할 운해와 빛과 풍경들을 담기위해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날들이 많다.

 말의 귀를 닮아서 이름지어졌다는 마이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신비한 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에게 돈도 안되는 마이산 사진만 평생을 붙잡고 있냐고 염려스런 말들을 내던진다. 그러나 그 어느하나에 미치지 않고서 얻어지는 영광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가 빛나기 위해 마이산을 사진에 담는게 아니라 스스로 빛나는 마이산과 자연스럽게 함께한 영광이 그에게 주어진 것이라 그는 말한다.

 정 작가는 자신의 추억이자 인생을 함께한 마이산과의 수많은 시간들을 세상에 내보인다는 구상이다. 그의 마지막 꿈은 마이산이 훤희 내다보이는 곳에 마이산갤러리를 오픈하는 것이다.

 그의 인생 전부를 건 마이산 곳곳의 표정을 담은 사진들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고 산을 좋아하고 사진을 좋아하는 어느누구라도 와서 편안하게 은은한 차한잔을 나누며 쉬다갈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정길웅 작가는 이러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모아 멋진 사진책을 만들어보자고 진안군 등의 도움을 받길 기대하고 있다. 소중한 기록의 자산이 사라지지않고 보존되고 알려지기를 바란다.

 또하나 정길웅 작가의 꿈은 한 두명의 뜻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그동안 자신만이 알고있는마이산의 모습들을 물려주는 일이라고한다.

 멋진 사진집 제작과 영원히 진안을 사랑하고 마이산을 사랑하는 후배들을 통해 진안과 마이산을 널리 알리고싶은 생각에서 시작하는 일이다.

이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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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무철 2021-05-24 18:14:51
참 오랜만이지?.. 길웅이네/.. 나 무철이야.. 여전히 사진 매력에 지금도 그자리에 지키고 있는 모습 참 아름다워..
김효순 2021-03-16 17:11:59
진안에 대한 소신감이 대단 하시네요 사진이 너무 멋져요
김연주 2021-03-16 09:04:12
아름다운 일,
멋진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