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급증에
황혼이혼 급증에
  • .
  • 승인 2021.03.09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부(夫婦) 사랑은 주름살 속에 산다”라는 말이 있다.

▼ 다른 환경·성격의 남녀가 만나 싫든 좋든 기대고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서로 닮아간다는 의미다. 어느 노 시인은 “수십여 년을 하루 같이 붙어 다니느라 때 묻고 이 빠졌을망정 늘 함께 있어야 제격인 사발과 대접”이라고 부부를 낡은 한 쌍의 그릇에 비유하기도 했다. 결혼식 주례사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배려하며 살라”는 주문이다.

▼ 하지만 혼인신고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면서 갈라서는 세상이다. 통계청의 2020년 인구 동향을 보면 전체 이혼 건수의 39%가량이 결혼생활 20년 이상 지낸 노부부들의 황혼이혼 비율로 나타났다. 5.2%에 불과하던 30여 년 전보다 거의 8배 가까이 늘어났다.

▼ 이런 현상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생활 수준 향상으로 건강해지면서 여유로운 삶의 욕구 등이 황혼이혼 급증의 원인의 하나로 분석되기도 한다. 또 우리 사회도 자식들의 뒷바라지도 끝났고 각자 삶을 즐긴다는 인식에 이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지기는 했다. 그래서인지 황혼이혼 상담이 60대 여성의 경우 3.8배나 증가해 1.8배의 남성보다 높아 여성들의 가족관에 대한 변화를 볼 수 있다.

▼ 갈수록 검은 머리 파 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百年偕老)니,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을 생활 규범으로 지켜온 어머니들의 가르침이 무색해지는 세상이라는 얘기다. 물론 늙음을 함께하며 오래 살아가는 행복한 노부부들이 훨씬 많다. 백년해로하고 싶어도 남성수명이 여성보다 짧아 쉽지 않기는 하다. “효자도 악처만 못하고 늙어도 영감만 못하다”는 속담이 가슴 깊게 느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