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나누어 주는 것들
나무가 나누어 주는 것들
  • 박성욱
  • 승인 2018.07.1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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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향해 가지를 치켜 올린 나무

 어느 덧 해는 하늘 한 가운데 높게 떴다. 뜨거운 햇살을 온 세상에 뿌리고 있다. 나뭇잎들은 진녹색으로 물들어가고 두툼하고 질겨져 간다. 날씨가 더워지면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다닌다. 아이들도 따가운 햇볕을 피해서 나무 그늘 밑에서 논다. 가장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는 느티나무 밑에서 놀다가 전나무, 단풍나무, 감나무, 등나무, 목련 등 여기저기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나무들은 사람들과 다르게 한 뼘이라도 더 햇볕을 받으려고 하늘 향해 가지를 치켜세우고 여기 저기 틈을 비집고 작은 잎을 쫙 편다. 나무 생김새가 다르듯이 나뭇잎 생김새도 다르다. 나뭇잎 하나 따서 가만히 쳐다보면 무늬가 참 신기하다. 이번에는 풍성한 잎을 달고 있는 나뭇가지에서 나뭇잎 따다가 재미있게 놀기로 했다.

 

▲ 나무 이름 불러 주기

2학년 여름 책에 나뭇잎 본뜨기가 나온다.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모둠별로 노란 바구니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제일먼저 구름다리 밑 장독대로 갔다. 봄에 새하얀 목련 꽃잎이 쌓이는 곳이다.

  “이 나무가 봄에 새하얀 꽃이 피었던 목련이야!”

  “네? 그런데 모습이 달라요.”

  “그래 꽃이 진 자리에 초록 잎이 나왔단다.”

  “아! 그렇구나.”

  “잎을 딸 때는 하나 씩 따고 나무도 아프니까 미안해라고 말해야 된다.”

  “네, 선생님.”

 아이들이 모둠별로 목련 잎을 하나씩 딴다. 목련 옆 단풍나무 한 잎, 창고 옆 아이비 한 잎, 담장을 기어올라 기왓장 지붕까지 올라가 담쟁이 한 잎, 등나무 한 잎, 가을에 달콤한 붉은 홍시를 선물해 주는 감나무 한 잎, 가장 넓은 그늘을 드리운 느티나무 한 잎, 봄바람 따라 꽃 비 내려주는 벚나무 한 잎, 누에가 맛있게 먹는 뽕나무 잎 한 잎 ……. 어느새 노란 바구니가 가득이다. 벚나무 나무에서 진이 나오는 데 사슴벌레가 좋아한다고 알려 주었다. 어느 새 아이들은 나무 이름을 여러 번 불러 보았다.

 

 ▲ 나뭇잎 본뜨기

책상 위에 종이 한 장을 깔고 나뭇잎 하나를 올려놓는다. 나뭇잎 위에 종이 한 장을 또 올려놓는다. 손톱을 비스듬히 눕혀서 열심히 문지른다. 서서히 나뭇잎 잎맥 모습이 드러난다. 잎맥 모습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 색연필로 살살 문지르면 나뭇잎 하나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가위로 잘 오려내면 완성이다. 둥글게 가위질 한 번에 쉽게 오려낼 수 잎들도 있지만 등나무 잎 같이 10장이 넘는 잔잎을 날개깃처럼 달고 있는 잎은 가위질이 좀 힘들다. 다른 친구들은 10장이 넘는 잎을 오려내고 있을 때 등나무 잎은 겨우 한 장을 오려낼 수 있다. 한 아이가 포기 하지 않고 정성껏 오래낸다. 남과 다른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좀 외롭기도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의미를 찾아서 성과를 이루어내면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모둠별로 자신들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했다.

 

▲ 조각 그림에 나오는 세상

한 사람에 한 장씩 종이를 나눠주고 네 사람이 모여서 큰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했다. 아이들은 보고 듣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을 표현한다. 신기하게도 사슴벌레가 여러 그림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사슴벌레를 잘 관찰한 기억이 있어서 인지 모습을 참 잘 그렸다. 참나무 진도 좋아하지만 벚나무 진을 사슴벌레가 좋아한다고 했더니 사슴벌레를 그려 넣고 싶었다고 한다. 사슴벌레 짝꿍 장수풍뎅이도 그려져 있었다. 장수네 집도 있었다. 조그마한 종이인형을 만들어 친구들을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또 이렇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자연이랑 아이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있다.

박성욱(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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