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희 시인 동시집 ‘손바닥 동시’
유강희 시인 동시집 ‘손바닥 동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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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관찰력으로 노래한 자연
 “서쪽 하늘에/ 빨간 달 떴네/ 수박 한 쪽”「여름밤」

 “개미 가족 소풍/ 가는 날, 온종일/ 꽃 양산 되어 주지요”「살구꽃」

 고사리 같은 작은 손. 그 손바닥 위에 사인펜으로 간질간질 낙서하듯 적어두기 좋은 간결하고 맑은 100편의 동시를 만나자.

 전북 완주 출생으로 오랫동안 새로운 시 형식을 치열하게 탐구해 온 유강희 시인이 동시집 ‘손바닥 동시(창비·1만800원)’를 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단 3행 속에는 친숙한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포착돼 눈길을 끈다.

 시인은 낮과 밤이 바뀌는 모습을 ‘빠알간 해 딱지’와 ‘노오란 달 딱지’가 딱지 치듯 넘어가는 모습으로 그리는가 하면, 어둠 속에 가려져 있다가 아침이 되면 환하게 드러나는 거리의 모습은 태양이 ‘연필’처럼 쓱쓱 그려 놓은 것으로 발랄하게 표현해 보인다.

 또 시인은 물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는 자동차의 모습에서 활짝 펼쳐지는 날개를 발견하기도 하고, 깜깜한 겨울날 동그랗게 뜬 보름달의 모습에서 구멍 난 양말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디 그 뿐일까? 툭 튀어나온 개구리의 눈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기도 한다.

 ‘손바닥 동시’를 읽다 보면 작고 소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시인의 따뜻한 감성과 시선을 천천히 따라갈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면, 시종일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소한 대상을 향해 말을 걸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타성에 젖은 이미지가 아닌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있어 동시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집은 다양한 독자층에 활짝 열려있다.

 특히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동시의 본문을 읽고 제목을 추론해 보거나 문장 부호의 위치와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 동시집을 읽으면, 놀이하듯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 시인은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어머니의 겨울’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오리 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 예보’, ‘뒤로 가는 개미’,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을 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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