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갑순 첫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
박갑순 첫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6.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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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비를 넘기며 더욱 단단해진 시어들
 올해로 등단 20년은 맞은 시인이 낸 첫 시집이 뜨겁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와 내적 강인함으로 삶의 고비를 넘기고, 더욱 단단하게 여문 시어들이기에 그렇다.

 지난 2015년 수필집 ‘꽃망을 떨어질라’를 발간해 수필가로 더 알려져 있는 박갑순 시인이 생애 첫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등대지기·1만2,000원)’를 펴냈다.

 그의 첫 시집 발간 소식을 듣고 먼발치에서 응원하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마경덕 시인은 “박갑순 시인은 현실의 모순과 맞서면서도 결기를 잊지 않는다. 삶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파장’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한다. 시인이 작품 속에 텍스트로 차용한 이미지는 ‘부드러움 속의 완강함’이다. 곳곳에 누적된 ‘삶의 무늬’는 붉은 빛을 띠고 있다”고 평했다.

 그의 말마따나 박 시인은 그야말로 파란이 많은 삶을 살아왔다.

 평탄치 않은 가정생활로 인해 삶의 현장에서 가장의 몫을 다하는 중 위암 발병으로 한 고비를 넘기고, 3년 만에 또다시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지난 1년 동안 열여섯 번의 항암과 서른세 번의 방사선 치료를 했고, 지금은 1년여 기간을 요하는 표적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박 시인은 문학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고 꾸준히 창작을 해왔다.

 소중하게 꾹꾹 눌러담은 박 시인의 시는 아프고, 아리다.

4년 전 청천벽력 같은 위암 판정을 받고 수술할 때의 간절한 마음이 읽히는 ‘칼의 흔적’을 비롯해 ‘생의 구간’, ‘항문의 능력’, ‘휴가’, ‘가을 연지’, ‘양파’ 등의 작품에서는 투병 생활에서 만난 시적 체험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표제인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이 없다’라는 문구는 작품 ‘양파’에 나오는 연이기도 하다.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이 없다// 이제/ 흐르는 눈물을 단호하게 닦는다// 그와 나도 어느 순간/ 겹겹이 매운 맘을 품고 있다// 카페에도 밴드에도/ 곳곳에 쓰이는 양파처럼/ 웃고 있는 매운 맛// 맛있는 외식들은 대개 짜고 매워/ 삼삼한 맛집은 없다// 눈물로 화해하는 양파를 포기할 수 없어/ 오늘도 조리대 앞에서/ 매운 그녀와 실랑이한다// 내게 매운 말을 쏘아대도/ 어느 결에 단맛으로 한몸이 되는”

 양파와 눈물의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슴 깊이 느끼는 이 누굴까? 저절로 흐르는 눈물에는 분명, 짠맛, 단맛, 신맛, 텁텁한맛, 칼칼한 맛 등이 있음을, 생과 사의 경계에 서면 보다 또렷해지고도 남을 텐데…. 하지만,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을 단호한 모습으로 닦는 시인의 모습에는 고맙게도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제, 그의 시에 말 걸어줄 차례다.

부안 출생으로 얼마 전까지 전주 신아출판사에서 월간 ‘소년문학’ 편집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경기도 광명시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부안문인협회, 광명문인협회, 영호남문학회, (사)한국편지가족 회원, 순수필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교정과 교열을 전문으로 하는 ‘글다듬이집’ 주인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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