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선생의 숨결이 살아있는 아리랑문학마을
조정래 선생의 숨결이 살아있는 아리랑문학마을
  • 김제=조원영 기자
  • 승인 2018.06.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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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찍이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선각의 위업을 홀로 세우고서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왕에게 죽임을 당한 김정호 선생은 대동여지도를 엮어내기 위해 반도 땅 전체를 일곱 차례 이상 샅샅이 답사하면서 호남평야에 발을 디딜 때마다 그 가이없이 넓은 벌에 무릎 꿇고 이마 대어 고마움의 절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분은 험산준령이 반도 땅의 칠할을 넘게 차지하고 앉은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고, 그 척박한 땅에 다행히 호남평야가 펼쳐져 있어 거기서 나는 곡식으로 이 땅의 목숨 칠할이 먹고 산다는 것도 알았으므로 그렇게 절을 올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소설 아리랑 1권 11~12쪽)’

 조정래 선생은 대하소설 아리랑에서 김제 죽산면 내촌 외리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세워 뿌리뽑힌 민초들이 당면한 전 세계 이산(離散) 공간, 일제강점기 40여 년의 길고 참혹한 시간, 수탈과 항전, 야합과 독립의 인간군과 사건을 엮어 역사의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증언하고 있다.
  ▲서원(誓願) 36년간 죽어간 민족의 수와 2백자 18,000매의 글자수!

 소설 아리랑과 작가 조정래 선생을 기념하는 아리랑문학관은 총 3개의 전시실로 구성 됐으며, 제1전시실에는 12권 2만 매에 이르는 아리랑 자필원고와 각 부의 소개, 작가의 인사말 등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제2전시실에는 아리랑 집필 시 사용됐던 집필도구 및 취재자료 일괄이 전시되어 있고, 원고집필계획표에는 ‘36년간 죽어간 민족의 수가 400만, 2백자 원고지 18,000매를 쓴다 해도 내가 쓸 수 있는 글자 수는 고작 300여만자!’라는 작가의 서원(誓願)과 만날 수 있다.

 제3전시실에는 작가 조정래 선생의 걸어온 길과 작품 이력,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집약했고, 2016년 전시개선사업 시 추가된 제4전시실은 조정래 선생의 맹렬한 독자들이 만든 필사(筆寫)의 방으로 총 4편의 필사가 전시돼 있으며 앞으로 필사할 독자들을 향해 열려 있는 전시공간이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 강탈당하는 조선의 얼과 몸, 징게맹갱

 소설 제목인 ‘아리랑’은 한민족을 설명하는 가장 상징적인 노래이다. 나라 곳곳에 산재한 자기 지역을 담은 민요 아리랑과 함께 지금도 국민 정체성의 확인이 필요한 현장에서 가장 널리 불리는 노래이다. 그런 이유로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40년을 증언하는 소설의 제목이 됐다.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소설 속 징게맹갱, 고운 들녘과 주인공으로 세워진 김제 죽산면 내촌 외리 사람들은 강탈당하는 조선의 얼과 몸을 상징하게 됐고, 그것을 인연으로 소설 아리랑과 작가 조정래 선생을 기념하는 아리랑문학관과 아리랑문학마을이 김제에 건립됐다.

  ▲소설 아리랑의 부분 재현, 아리랑문학마을

 아리랑문학 마을은 소설 아리랑을 모티브로 소설 부분재현 전시공간으로 조성됐다. 사업기간 총 5년(2008 ~ 2012년), 사업비 10,174백만 원, 사업부지 29,316㎡(19동 3,067㎡)의 규모로 조성, 2012년 10월 10일 개관했다. 2017년, ‘쌀 수탈 근대역사 교육벨트 조성 사업’으로 부분 전시개선사업을 완료했다.

 아리랑문학마을은 당초 소설의 주인공인 내촌외리 마을 사람들 중 감골댁, 송수익, 지삼출, 손판석, 차득보의 집을 재구성했고, 근대전시가 로라는 명칭으로 수탈기관인 주재소, 면사무소, 우체국, 정미소를 재현하였으며, 홍보관과 하얼빈역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대하소설 전권 12권의 문학작품 시각화라는 시도가 텍스트 위주의 전시구성으로 귀결되며, 소설 아리랑을 읽지 않은 관람객들에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2017년 ‘쌀 수탈 근대역사 교육벨트 조성 사업’의 사업비 중 일부를 사용해 부분 전시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아리랑문학마을, 식민지시대에 미래의 길을 묻다.

 2017년 부분 전시개선사업에서는 각 전시공간의 명칭을 세밀하게 정의했고, 홍보관을 전시기획의도에 맞게 일제수탈관으로, 근대 전시가로를 일제수탈기관으로 제명 명했으며, 각 관의 명칭에 걸맞게 전시콘텐츠를 녹여내었다.

 또한, 하얼빈역에는 민족 독립운동의 선구자인 안중근의사의 의거 전 상황을 재연한 ‘안중근의사, 의거를 앞두고’라는 명칭의 전시공간도 개관했다.

  일제수탈관(구 홍보관 1층)은 일제의 식민지통치시스템, 수탈의 홈통이 된 철도와 신작로 건설, 토지강탈, 식민지형 소도시의 탄생(군산), 식민지 교육과 종교, 수탈경제의 유혹, 수탈과 일억총옥쇄의 광분, 저항과 항전이라는 공간으로 나누어 일제 식민지 지배와 저항과 항전을 통사적으로 집약했다.

 일제수탈기관으로 제명 명한 구 근대전시 가로의 주재소, 면사무소, 우체국은 호랑이 같은 면서기나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순사, 간교한 밀정 등, 서슬퍼런 말단 통치기관의 작동방식을 보여주는 사진과 기록과 실물모형과 재현자료로 정리했다.

 그리고 안중근의사 의거 관련 재현공간인 <안중근의사, 의거를 앞두고>에서는 안중근의사 하얼빈의거의 독립운동사 내 위상과 당시 세계사적 의미를 조명하여 하얼빈역을 하얼빈의거의 밀도 높은 현장으로 재자리매김했다.

  ▲역사와 문학, 사람과 땅이 공명(共鳴)하는 열린 공간을 꿈꾸며

 김제시 아리랑문학관과 아리랑문학마을은 소설 아리랑, 작가 조정래, 풍요로워서 서룬 땅인 징게맹갱 외에밋들, 칠흑의 식민지 역사와 그 가운데 별처럼 빛나는 민족의 영웅들, 과거 식민지시대를 반추해 우리의 미래를 묻는질문들로 가득하다.

 동시에 역사와 문학의 무게, 사람과 삶, 생명을 배태하고 순환하는 땅의 가치 등, 역사 문화적 가치와 의의의 소장처이자 전달처로서 지속적인 사업을 도모하고자 한다.

 역사도 문학도 사람도 땅도 각자 제 울음으로 현재의 가치를 되묻는 열린 공간으로 끊임없이 갱신하기를 꿈꾼다.

 김제=조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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