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쓴 성경필사본, 96세 윤여선 할머니
붓으로 쓴 성경필사본, 96세 윤여선 할머니
  • 김혜지 기자
  • 승인 2018.05.1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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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힘으로 붓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쓰다보니 신약성서 전체가 한지 위에 빼곡히 채워지게 됐습니다.”

신약성서 전체를 1년 만에 붓글씨로 옮겨 쓴 윤여선(96) 할머니가 생애 첫 전시회를 연다.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전북교육문화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성경 필사본 전시회는 윤 할머니가 노력한 흔적이 듬뿍 묻어나는 작품들로 채워진다.

윤 할머니는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제 이름을 건 전시회를 연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관객들에게 저의 신념과 노력의 결실을 전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 할머니는 지난 2016년부터 한 해 동안 14폭 병풍에 신약성서를 옮겨 써내려 갔다.

먹을 갈고 얇은 붓으로 한 글자 한 글자 필사를 할 때마다 윤 할머니는 지치기보다 오히려 욕심이 생겼다.

쉼 없이 써내려간 신약성서는 그렇게 14폭 병풍 위에서 새 숨결을 얻게 됐고, 마태복음을 비롯한 사복음서는 12폭 병풍 위에 재탄생됐다.

그는 작업을 할 때 한폭 당 들어갈 글자수를 배정한 후 병풍용 한지에 가는 붓으로 글자 한 자 한 자를 옮겨 적었다.

윤 할머니의 이 같은 작업 정신은 병풍 4~5작품, 두루마리 6작품, 책으로 엮은 10여 작품으로 완성됐다. 그동안의 노력과 믿음의 결실이 고스란히 증명된 것이다.

“어릴 적 보통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서당에서 처음 붓을 잡았는데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지금도 긴장하며 배우던 그 때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붓글씨를 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힘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붓을 잡고 싶다는 윤 할머니. 그는 “묵을 갈고 글씨를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가 쓴 글씨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이번 전시를 찾은 관객들이 저의 진심어린 믿음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받고 돌아갔으면 합니다.”

윤여선 할머니는 1923년 김제 태생으로 김제 여고,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교육심리학 전공)를 졸업했으며 지난 1980년부터 붓글씨 전시회 입상을 시작으로 이후 근묵회전 전시 등에 다수 작품을 출품한 바 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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