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현실 외면, 우울한 ‘예술버스’
무대 현실 외면, 우울한 ‘예술버스’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05.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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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북도가 문화예술 소외지역의 향유 확대를 위해 추진 중인 ‘신나는 예술버스’ 사업이 무대 현실을 외면한 공연비 책정으로 공연팀들에게는 우울한 예술버스가 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3월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장애인 시설 및 요양원, 기업체, 각 읍·면·동 등 문화 소외지역 및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신나는 예술버스 사업을 위탁 대행사에 맡겨 진행 중이다.

 신나는 예술버스 사업은 대중예술과 전통무용, 민요, 밸리댄스, 비보이(B-boy) 등 각 장르 별 38개팀이 공연 가능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전북도에서는 신나는 예술버스 공연에 필요한 무대 설치 및 시설비, 홍보비 등을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공연팀들은 하나의 프로그램에 20분 공연으로 40만원에서 70만원 이내로 공연비가 차등 지원되는데, 여기에는 프로그램 진행비와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지난 2006년부터 신나는 예술버스 사업을 추진 중인 전북도는 지난해 전북도의회로부터 운영 횟수가 적다는 지적을 받자 프로그램 운영 횟수를 지난해 66회에서 올해 80회로 대폭 늘려 총 320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에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지난해 2억원 보다 5천만원 늘어난 2억 5천만원을 올해 확보해 놓았다.

 문제는 올해 사업 예산이 늘어났음에도 사실상 공연팀에게 주어지는 공연비 액수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새로 위탁을 맡은 대행사 관계자는 “프로그램 운영 횟수가 늘어나면서 일괄적으로 공연팀에게 40만원을 지원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여러 명이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선보여야하는 공연팀의 경우에는 피해를 입을 공산이 크다.

 원활한 무대 진행을 위해서는 적절한 공연비가 지급돼야 하지만, 위탁 업체는 늘어난 공연 횟수 탓에 한정된 예산 범위에서 초과해 지급하다보면 적자가 날 것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북도는 공연비 지원은 위탁 업체와 공연팀들 간에 풀어야 될 문제라면서 손을 놓고 있다.

 전북도와 위탁 업체 사이에 책임 전가로 애꿎은 공연팀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반면, 전북도와 마찬가지로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신나는 예술여행’사업을 운영 중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경우는 출연자 수에 따라 지원 금액을 차등 지원하고 있다.

 1회 당 지원 금액이 1명일 경우에는 50만원, 2~3명 70~80만원, 4~5명은 90~100만원으로 공연팀의 인원이 늘어나면 공연비도 함께 늘어나는 방식이다.

 사업에 참여한 공연팀 관계자들은 “여러 명이 무대에 올라야 할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적은 공연비 탓에 출연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전라북도가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원한 사업인 만큼 무대에 서는 문화 예술인들이 공연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히 질 놓은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밝혔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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