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가진 본래의 기능인 난폭한 포식과 방어는 표현과 언어생활이라는 새로운 기능과 타협을 하여 현재의 인간의 입에 이르렀다. 입술이 빨갛고 도톰해진 것은 언어와 표현의 용이함 때문인지 성적 매력의 발산을 위한 성선택인지 분명치 않다. 어쨌든 이러한 입과 입주위의 구조는 상대적인 부드러움 때문에 늘어지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털이 없어진 얇은 얼굴피부는 직접적 직사광선을 받아 표피는 두꺼워지고 진피와 피하지방은 위축되어 푸석푸석하고 쭈글쭈글해진다. 같은 노인의 얼굴과 엉덩이나 배의 피부를 비교해보면 이와 같은 비평형적 피부노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배나 엉덩이의 피부는 얼굴과 비교하면 노화의 진행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자신의 몸을 보고도 알 수 있고 공중목욕탕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하안 면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입과 볼은 나이가 들면서 아래-내측으로 쳐진다. 즉 구강의 바깥쪽 지붕을 이루는 살이 아래로 내려오는데 처음에는 미미하다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늙어가면서 이러한 쳐짐의 속도는 가속된다. 입술은 얇아지고 길어지며, 점점 세로주름이 생기고, 입꼬리는 아래로 쳐진다. 이러한 얼굴의 껍질에 나타나는 변화 뒤에는 얼굴 뼈의 노화가 함께한다. 즉 나이가 들면 치아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잇몸이 위축되며 상악·하악골이 얇아지고 짧아진다. 이 때문에 뼈를 감싸는 연조직은 내용물이 줄어든 껍질의 과잉 상태를 초래하여 물이 말라버린 귤처럼 변해가는 것이다. 보드랍고 풍성하며 빛나는 젊은 얼굴은 푸석푸석하고 울퉁불퉁해지며 뼈가 드러나는 꽹한 얼굴로 변해간다. 이러한 변화는 얼굴 뼈로부터 얼굴껍질인 피부에 이르기까지 전층에서 발생한다. 피부는 우리 눈에 쉽게 관찰되고 얼굴 뼈도 X-ray 등으로 측정될 수 있으므로 객관적인 계측이 가능하지만, 그 사이에 존재하는 피하지방과 근육은 정밀하게 측정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의사들도, 과학자들도 경험적 지식으로 추론할 뿐이다. 따라서 노화에 따른 얼굴의 변화에 대한 정보는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경험치가 뒤섞여 있어 분간이 어렵다. 돌팔이 의사들과 가짜 과학자들이 그 틈새를 파고들어 <주관적 의견의 객관화>를 무기로 여러가지 개선 혹은 치료목표를 만들어 생계를 꾸리고 나아가 사업적 성공을 이루기도 한다. 젊고 예쁜 여자의 얼굴이 패션잡지의 주요모델로 등장하고 TV의 주요 프로그램을 채우는 한 사람들은 젊고 예뻐져야 생존할 수 있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어떤 화장품을 바르면 어떤 팩을 하면 피부가 윤기가 흐르고 맑아진다는 선전은 우리가 항상 마주치는 광고의 주제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과장이고 왜곡이다. 많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사들도 생계를 위해 진실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의사와 생물학 연구자들에 의한 인간의 얼굴이 어떻게 늙어갈지 예측하고자 하는 연구들은 실패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시간 속에서 발생하는 변화의 실마리만 알 수 있을 뿐 어떤 분석 도구도 구체적 개인에게서 발생하는 노화의 과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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