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어떻게 늙어가는가?(3)
얼굴은 어떻게 늙어가는가?(3)
  • 최정호
  • 승인 2018.05.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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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의 기능과 구조는 깊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그가 살아가는 환경에서 살아남고 후손을 남길 수 있는 적합한 개체만이 멸종을 면하였기 때문에 그 신체의 구조는 기능에 적합한 것만이 유전에 성공한다. 인간의 입은 매우 특이하다. 즉 잇몸과 입술이 떨어져 있어 혀가 입안에서 자유로운 운동이 가능하다. 이는 타 동물들과 다른 점인데 이런 구조의 장점은 여러가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입의 본래의 기능인 포식과 방어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입은 언어생활이 가능하도록 치아는 작아지고, 음식물과 공기가 통과하는 식도와 기관이 동일한 입이라는 입구를 통과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소리의 울림이 가능한 구조로 변화하였다. 표정이 가능한 원숭이들이 성공하여 후손을 남기게 되었지만, 더욱 정치적이 된 인간의 선조세계에서 말을 잘하는 원숭이들이 더욱 번성하게 된 것이다. 즉 주둥이로 물어뜯고 방어를 잘하는 원숭이들보다 교활한 말로 동맹을 맺고, 약속을 하고, 기획을 하며, 집단적 음모를 진행할 수 있는 언어를 소유한 집단이 승리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바로 현재 인간 입의 구조와 기능이다.

 입이 가진 본래의 기능인 난폭한 포식과 방어는 표현과 언어생활이라는 새로운 기능과 타협을 하여 현재의 인간의 입에 이르렀다. 입술이 빨갛고 도톰해진 것은 언어와 표현의 용이함 때문인지 성적 매력의 발산을 위한 성선택인지 분명치 않다. 어쨌든 이러한 입과 입주위의 구조는 상대적인 부드러움 때문에 늘어지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털이 없어진 얇은 얼굴피부는 직접적 직사광선을 받아 표피는 두꺼워지고 진피와 피하지방은 위축되어 푸석푸석하고 쭈글쭈글해진다. 같은 노인의 얼굴과 엉덩이나 배의 피부를 비교해보면 이와 같은 비평형적 피부노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배나 엉덩이의 피부는 얼굴과 비교하면 노화의 진행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자신의 몸을 보고도 알 수 있고 공중목욕탕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하안 면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입과 볼은 나이가 들면서 아래-내측으로 쳐진다. 즉 구강의 바깥쪽 지붕을 이루는 살이 아래로 내려오는데 처음에는 미미하다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늙어가면서 이러한 쳐짐의 속도는 가속된다. 입술은 얇아지고 길어지며, 점점 세로주름이 생기고, 입꼬리는 아래로 쳐진다. 이러한 얼굴의 껍질에 나타나는 변화 뒤에는 얼굴 뼈의 노화가 함께한다. 즉 나이가 들면 치아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잇몸이 위축되며 상악·하악골이 얇아지고 짧아진다. 이 때문에 뼈를 감싸는 연조직은 내용물이 줄어든 껍질의 과잉 상태를 초래하여 물이 말라버린 귤처럼 변해가는 것이다. 보드랍고 풍성하며 빛나는 젊은 얼굴은 푸석푸석하고 울퉁불퉁해지며 뼈가 드러나는 꽹한 얼굴로 변해간다. 이러한 변화는 얼굴 뼈로부터 얼굴껍질인 피부에 이르기까지 전층에서 발생한다. 피부는 우리 눈에 쉽게 관찰되고 얼굴 뼈도 X-ray 등으로 측정될 수 있으므로 객관적인 계측이 가능하지만, 그 사이에 존재하는 피하지방과 근육은 정밀하게 측정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의사들도, 과학자들도 경험적 지식으로 추론할 뿐이다. 따라서 노화에 따른 얼굴의 변화에 대한 정보는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경험치가 뒤섞여 있어 분간이 어렵다. 돌팔이 의사들과 가짜 과학자들이 그 틈새를 파고들어 <주관적 의견의 객관화>를 무기로 여러가지 개선 혹은 치료목표를 만들어 생계를 꾸리고 나아가 사업적 성공을 이루기도 한다. 젊고 예쁜 여자의 얼굴이 패션잡지의 주요모델로 등장하고 TV의 주요 프로그램을 채우는 한 사람들은 젊고 예뻐져야 생존할 수 있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어떤 화장품을 바르면 어떤 팩을 하면 피부가 윤기가 흐르고 맑아진다는 선전은 우리가 항상 마주치는 광고의 주제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과장이고 왜곡이다. 많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사들도 생계를 위해 진실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의사와 생물학 연구자들에 의한 인간의 얼굴이 어떻게 늙어갈지 예측하고자 하는 연구들은 실패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시간 속에서 발생하는 변화의 실마리만 알 수 있을 뿐 어떤 분석 도구도 구체적 개인에게서 발생하는 노화의 과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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