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원의 ‘혼불, 저항의 감성과 탈식민성’
서철원의 ‘혼불, 저항의 감성과 탈식민성’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4.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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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전라도 토착민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그려내고 있는 소설 ‘혼불’에서 드러나는 저항정신과 개념적인 발언에 주목해 문학적 성격을 파헤친 학술도서가 출간됐다.

 제12회 혼불학술상 수상자인 서철원(전주대 객원교수)씨가 펴낸 ‘혼불, 저항의 감성과 탈식민성(태학사·2만2,000원)’이 그 것.

 서씨의 박사학위 논문인 ‘혼불의 탈식민성 연구’를 근간으로 생각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는 이 책은 파농, 슬레먼, 무어길버트의 탈식민주의 이론에 근거해 ‘혼불’의 문학적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혼불’은 1930년대 전북 남원 양반촌인 매안마을과 그 땅을 부쳐먹는 거멍굴 하층민, 고리배미 상층민의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권을 상실한 시대의 참상을 표현하기 위해 최명희 작가는 철저하게 우리말의 중요성과 전통의 복원을 추구하면서 소설을 집필했다.

 이를 학술적으로 분석한 저자는 무엇보다 ‘혼불’을 집필하던 1980년대 현실상황에 비춰 최명희의 작가의식 혹은 역사의식이 탈식민적 관점에서 유용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고 있다. 1970·80년대 독재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연대기는 작품의 시대 상황과 맞물려 일제강점기 동시대 주역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

 이를 토대로 저자는 ‘혼불’의 탈식민성은 ‘전통의 복원’, ‘민중의 역동성’, ‘민족 정체성 회복’ 등 세 가지의 특징화된 내용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분류했다.

 이는 기존 ‘혼불’ 연구의 업적과 성과에 주목해 철저하게 분석한데에 따른 것이다.

 서씨의 논증에 따르면, 최명희 작가는 ‘혼불’을 통해 우리의 전통이 단절되어 가는 것을 강조하면서, 소설 내부적으로 전통을 끈질기게 고수하고 있다. 이는 민족의 자긍과 문화적 주체성을 확보하려는 최명희의 문학적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혼불’에서는 일제에 의한 피식민자적 입장을 반영하는가 하면, 매안마을의 ‘가진자’와 거멍굴 하층민의 ‘가지지 못한 자’들 사이의 갈등과 모순 관계도 보여준다. 민중의 역동적인 삶의 다양성 안에서 굴레와 억압의 역사를 재현하는 동시에 저항의 감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혼불’의 무대와 오랜 시간대에 걸쳐 형성된 한국인의 정서로 ‘한의 공동체’를 실현한 민중 중심의 역사의식 혹은 식민주의 저항, 극복, 비판의 의미를 담아내 탈식민의 문학으로 판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책에서 눈여겨 볼부분은 ‘혼불’과 ‘아바타’의 비교를 담은 ‘혼불 고쳐 읽기’에 관한 글이다. ‘혼불’의 청암부인과 영화 ‘아바타’ 나비족의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에이와(Eywa)의 공통요소를 여성성과 모성성으로 묶고, 두 인물의 현실 극복 의지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면서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혼불’에서 드러나는 탈식민의 핵심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전통, 민속, 문화, 언어의 변질 혹은 파괴의 역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혼불’과 ‘아바타’의 비교적 관점은 과거에 일어났던 불길한 사건과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혼종이 아니라, 현상학적으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식민지 개척의 경고인 동시에 그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하는 노력이었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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