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범죄’ 꿈꾸던 환경미화원의 치밀한 행각
‘완전 범죄’ 꿈꾸던 환경미화원의 치밀한 행각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8.03.1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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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 때문에?’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기 어려워

 이씨는 사건 당일 A씨가 자신의 가발을 잡아당기고 욕설을 하는 등 다툼이 생겨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을 채무관계에 의한 계획 범행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범행 이전에도 이씨는 A씨에게 이미 8천700여만원을 빌린 채무자였다. 범행 이후에도 A씨의 신분증과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5천100여만원을 대출받고 A씨 신용카드로 650여만원을 쓰기도 했다. 이렇게 가로챈 1억4천500만원을 이씨는 도박 유흥비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와 A씨는 전주시 완산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지난 2003년부터 15년간 우정을 이어왔다.

 같은 직장을 다니고 둘 다 이혼 후 혼자 사는 점, 술을 좋아하는 점, 그리고 대인 관계가 그다지 넓지 않은 점에 이들은 나름 절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지난해 4월 4일 이들은 이씨의 원룸에서 다툼을 벌였고 결국 이들의 우정은 ‘핏빛’ 우정으로 종결됐다.
 

 ◆ ‘치밀한 살해 은폐’ 숨진 A씨로 위장하기도

 범행 40여일 뒤인 지난해 5월 16일 이씨는 경기도 한 병원의 도장이 찍힌 진단서를 위조했다. A씨를 사칭해 완산구청에 휴직계를 신청하기 위함이었다. 팩스로 진단서와 휴직계를 제출한 이씨는 A씨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태연하게 전화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구청 직원은 눈치 채지 못하고 휴직계를 정상적으로 처리했다.

 A씨와 사이가 가까웠던 이씨는 생전에 A씨가 딸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보낸 사실을 기억했다. A씨로 가장한 이씨는 ‘아빠는 잘 있다’ 등의 문자 메시지와 함께 정기적으로 3차례에 걸쳐 50~60만원 상당의 금액을 A씨 딸 계좌로 송금했다.

 행여 A씨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면 이씨는 직접 전화를 받기까지 했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이씨의 위장 행각은 A씨의 카드를 사용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A씨 딸은 A씨 앞으로 날아온 채무독촉장과 신용카드 내용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완벽 할 것 같았던 A씨 범행이 결국 드러났다.
 

 ◆ 사고 현장에 가보니

 사고 현장으로 지목된 이씨의 원룸을 직접 찾았다. 19일 오후 전주시 효자동 한 원룸. 현장 내부는 옷가지와 각종 집기류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원룸 입구에 자리한 사과는 이미 썩은 상태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옷장 앞에 붙여진 달력은 3월 가리키고 있어 최근까지 이씨가 현장에 거주했던 것을 짐작케 했다. 인근 한 상점 업주는 원룸에서 벌어진 참극에 대해 놀란 모습이다.

 상점 관계자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보름에 한 번씩 담배를 사기위해 매장에 들렸다”면서 “최근 한 달여간 보지 못했다. 주변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다”고 답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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