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들려주는 삶과 예술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들려주는 삶과 예술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02.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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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2년 전북 남원시 왕정동에서 태어났다. 왕정동은 당시 담뱃대로 이름난 지역으로 담뱃대 제작을 생업으로 삼은 가구가 많았다. 그는 이러한 영향으로 14살부터 아버지에게 연죽 제작 일을 사사했다.”

 전북 남원 출신인 국가무형문화재 황영보 백동연죽장의 이야기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조현중)은 20일 “국가무형문화재 구술 채록 사업의 일환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20명의 구술을 담은 자서전 20권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49명의 삶과 전승과정에 대해 구술한 자료 49편을 확보했다.

 이 중에서 먼저 전북 출신 국가무형문화재 황영보 백동연죽장 등 20명의 이야기를 자서전 형식으로 20권을 발간하게 됐다.

 이번에 발간한 자서전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전승 과정은 물론, 출생과 결혼 등 평범한 일상 속 삶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제작했다.

 자서전 속에는 서도소리(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이은관, 경기민요(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이은주, 양주별산대놀이(국가무형문화재 제2호) 노재영 등 전통 공연 예술 분야 8명과 악기장(국가무형문화재 제42호) 이영수, 망건장(국가무형문화재 제66호) 이수여 등 전통 기술 분야 9명,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국가무형문화재 제82-2호) 김금화 등 의례·의식 분야 3명으로 총 20명의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구술에 참여한 보유자들은 대부분 1900년대 초반에 태어난 고령자들로 그들이 살아온 시기는 일제강점기와 3·1 운동, 8·15 광복, 한국 전쟁,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등이 일어났던 격동의 시기다.

 무엇보다 독자에게 직접 말하듯이 기록한 자서전 문체 속에는 보유자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 면모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우리 문화를 말살하던 일제강점기에도 살아남은 ‘양주별산대놀이’를 보며 유년시절을 보내다 광복과 한국전쟁 등 역사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겪은 후 전승자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전통 춤을 계승한 노재영의 삶, 황해도에서 태어나 외할머니를 신어머니로 모시고 내림굿을 받은 후 한국전쟁의 고초를 겪으며 서해안 일대의 풍어제 중 하나인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으로 생의 기쁨을 찾았다는 김금화의 이야기, 부산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중단된 수영야류의 맥을 찾아 이어간 조홍복 등 전승자들이 직접 전하는 삶은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보람은 물론, 우리의 무형문화재가 지닌 전통의 감동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국립무형유산원 조사연구기록과 김갑수 연구관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했던 전승자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생생한 역사이자 기록이며, 그 현장을 지나온 산증인들의 증언이라 할 수 있다”면서, “당시의 시대적 역사적 상황, 주요 인물과 예술 종목에 대한 소개는 주석으로 곁들여 독자들이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립무형유산원은 올해 안까지 김상원(위도띠뱃놀이), 김형순(이리농악), 김규수(이리향제줄풍류) 등 도내 출신을 포함해 아직 책으로 담지 못한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29명중 15명의 이야기는 올해 추가로 발간하고, 내년에 나머지 14명의 자료도 마저 발간할 예정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은 국내 국·공립 도서관 등 관련기관에 배포되고, 국립무형유산원 홈페이지(www.nihc.go.kr)에도 전자문서 형태로 오는 3월 중에 공개될 계획이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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