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허게 구수한 전라도 사람 ‘전라도 천년’
징허게 구수한 전라도 사람 ‘전라도 천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2.0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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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전라도라는 말만 해도 그만 가슴이 짠해집니다. 콧잔등이 시큰해집니다. 어쩌다가 나는 전라도 땅의 기운과 살을 먹고 자라게 됐을까요. 그 살가운 리듬과 어깨춤의 신바람을 누가 내 몸에 심어줬을까요.”

 전라도 출신 저자들의 글과 사진 덕분에 더없이 살가운 전라도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시기’라는 한 단어를 무한대로 사용하는 전라도 사람들이 지닌 특유의 정서를 잘 살려낸 글 맛과 이미지들. 저자들의 흡입력 있고 감칠맛 나는 이야기들을 따라 읽고 가슴으로 느끼다 보면 어느새 천년의 역사가 정리되고도 남는다.

 새 책 ‘전라도 천년(맥스미디어·1만7,000원)’은 전라도 탄생 1,000년을 맞아 그 기원부터 전라도가 탄생시킨 인물, 멋과 흥 질곡의 역사까지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오매! 징허고 오지게 살았네’라는 부제 덕분에 두꺼운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그 분위기가 감지된다.

 총 다섯 파트로 구성된 책에서는 지금은 행정상 분리된 제주도까지 포함한 전라도 전역의 역사적 이야기를 묵직하면서도 현장감 넘치게 풀어내고 있다.

 그 속에는 전라도 땅과 강줄기의 형세를 근거로 반역의 땅이라는 오명의 씌워 차별 받아온 지난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역사는 전라도를 오랫동안 변방의 설움을 받으며 귀양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실상 전라도 사람들은 임금이 있는 북쪽을 피해 남쪽으로 집을 지을 정도로 의리를 지키는 충신의 고장이었다. 그렇게 묵묵히 정도를 걸어온 선비정신이 지금의 전라도 정신의 원형이 되고 있다.

 이 차별의 역사는 전라도를 개혁과 혁명의 땅으로 만들기도 했다. 중심이 아닌 변방이었기 때문에, 철옹성처럼 자신만의 틀에 박혀 변화를 거부하며 안정만을 추구했던 부패한 권력층을 향한 쓴소리를 내뱉을 수 있었던 터전의 사람들이 많았던 것.

 그렇게 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인데, 사상가 정약전과 정약용 형제의 유배길, 녹두장군 전봉준의 활동과 최후, 동학접주 차치구와 그 후속들의 활약상을 현장 사진과 함께 수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흥이 넘치는 땅으로 전라도를 주목한다. 모든 재산을 쏟아부어 자질이 뛰어난 소리꾼을 키우고 일생을 판소리 연구에 바친 신재효를 비롯해 전라도 지방에서 열정을 불태웠던 흥 많았던 사람들의 들꽃 같은 삶의 이야기가 야무지게 담겨있다.

 뿐만 아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탐라로 불리다 1402년 조선 태종 이방원에 의해 중앙정부에 귀속된 땅, 변방 중의 변방이었던 제주도의 역사와 함께 제주살이의 묘미도 소개하고 있다. 전북과 전남, 제주도까지 두 발로 고생스럽게 찾아다녔던 흔적도 확인이 가능하다.

 글쓴이 김화성씨는 전북 김제 출생으로 지난 2015년 33년간의 기자생활을 동아일보에서 마쳤다. 저서로 ‘한국은 축구다’, ‘CEO 히딩크 게임의 지배’, ‘책에 취해 놀다’, ‘3년 기획 노트’, ‘음식 인문학 꽃밥’, ‘전주에서 놀다’, ‘길 위에서 놀다’ 등 10여 권이 있다.

 사진을 촬영한 안봉주씨는 전남 광양 출생으로 지난해 전북일보에서 30년간의 기자생활을 마쳤다. 개인전 2회와 그룹전 8회의 경력이 있으며, 현재 (사)JB영상문화연구원 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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