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논리에 희생된 위안부 협상, 역사·인권 앞에 불가역은 없다
외교논리에 희생된 위안부 협상, 역사·인권 앞에 불가역은 없다
  • 김관영
  • 승인 2018.01.10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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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진실이 밝혀졌다. 밀실협상의 이면이 드러났다. 그러나 외교당국은 9일 재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염불이 됐다.

 위안부 합의의 시작은 1965년이었다. 박정희 정권 주도 하에 한일 협정이 체결됐다. 협상 결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굴욕 외교라는 비판도 받았다. 일본의 반인륜적 행동에 대한 사죄가 없었기 때문이다. 협정의 여파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 외교의 최대 난제 중 하나가 됐다.

 반세기가 지난 2015년 12월. 한일간 위안부 합의가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당시 협상은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타났다. 일본의 법적 책임은 없었고 피해 당사자도 배제된 협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외교는 현실이라는 논리로 합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당시에도 밀실·졸속 협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문재인 정부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공개 처리한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면합의가 없었다던 지난 정권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박근혜 정부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위안부 피해자 단체 설득 △소녀상·기림비 등의 해외 설치 미지원 △성노예 표현 자제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노력 등의 내용을 비공개 합의했다.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대다수다. 2015년 한일 합의를 굴욕외교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외교 문서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국제사회의 신뢰가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14년 아베 신조 내각이 시도한 고노담화 재검증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은 당시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양국 간 합의 내용을 자의적으로 발표했다.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사죄의 뜻을 담은 고노담화 정신을 일본 스스로 훼손한 것이다. 이에 우리 국회는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기까지 했다.

 절차상 흠결이 있었다면,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부 당국은 변죽만 울려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재협상이었다. 지금은 위안부 합의 파기가 아니라 대통령 공약 파기가 된 셈이다. 문 정부의 어설픈 희망 고문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덧낼 뿐이다.

 국민 여론도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일보·요미우리신문이 조사한 2017년 항일 국민의식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정적 평가’를 내린 한국인 응답자가 7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이 가장 우선 되어야 한다. 외교 관례를 이유로 자국 국민의 상처와 아픈 역사에 대못을 박아서는 안 된다. 인권 회복의 길을 열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 표명이 절실한 시점이다. 유능한 외교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위안부 이면합의가 밝혀진 이후 어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공식적인 사죄하고 법적인 배상 하라고 26년이나 해왔습니다. 이것만을 우리는 또 외치고 싸울 겁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말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라고. 역사와 인권에 불가역은 없다.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을 때 역사는 전진한다.

 김관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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