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을 전북의 해로
2018년을 전북의 해로
  • 이춘석
  • 승인 2017.12.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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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때보다 뜨거웠던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지금도 광화문 광장을 지날 때면 작년 이맘때쯤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 물결이 눈앞에서 넘실거리는 듯하다. 시민의 힘으로 시대의 물길을 바꿔놓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불과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일 년 전 그때가 까마득할 만큼. 모든 것이 한 번에 이상적인 상태로 탈바꿈할 순 없을 테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굽어 있던 질곡의 상처를 치유하며 불의와 갈등의 시대를 넘어 정의와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정도를 가장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은 전북이었다. 전북은 2018년 국가 예산 6조 5천억을 확보함으로써 6조원 시대를 연지 5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돌파했다. 특히 정부의 예산 자체가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주요사업이라 할 수 있는 SOC예산은 대폭 감축하겠다는 기조까지 세웠던 터라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결과는 아니었다.

 더 주목할 만한 성과는 그동안 전북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음에도 외면받아 왔던 여러 사업이 대부분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비롯해 국립지덕권산림치유원 조성이나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건립 등은 그 중 일부가 심지어 전임 대통령의 공약사업이었음에도 예산확보 때마다 번번이 퇴짜를 당했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비록 부처가 편성한 정부 예산안에 담기진 못했지만, 국회 단계에서 전북 정치권의 단합된 정치력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전북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전북도는 이를 두고 드디어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자평했다. 설움과 분노의 시간을 견뎌 온 전북도민들이 아니고서는 누가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으랴. 필자 역시 가슴 속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전북도가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차관급 이상 정부 요직은 물론 각 부처 핵심라인 곳곳에 전북인사들이 포진하게 된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실제 모 일간지의 정부별 파워엘리트 그룹의 지역출신 분석에 따르면, 전 정부 하반기에 13.8%에 그쳤던 호남출신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26.3%로 증가했다. 호남출신 중에서도 전북은 34%로 광주나 전남과도 대등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부처에 선 하나 대는 일조차도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이젠 한두 다리 건너면 말이 통하는 것도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전북에도 볕들 날이 오고 있다. 2017년이 해묵은 때를 벗고 새로운 간판을 걸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기였다면 2018년은 본격적인 개업을 위해 메뉴도 개발하고 홍보도 해야 하는 시기다.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 새만금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공사 설립을 위해 특별법도 통과시켜야 하고, 안전보호 융복합제품산업에 관한 예타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정상적인 사업 궤도에 안착시켜야 한다. 전북의 포스트 새만금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신산업 발굴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이끌어 온 촛불의 시대를 넘어 정치가 이러한 변화를 견인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반복해왔던 갈등과 반목의 구태를 청산하고 통합과 상생의 정치로 변모해야 한다. 무엇이 도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인지 고민도 없이 갈등부터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챙기고, 현장에 나가서 사진 몇 장 찍고 권력 실세 만나서 부탁했다는 홍보만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수박 겉핥기식 정치로는 더 이상 새 시대를 열어나갈 수 없다. 정치권에 있어서는 2017년이 밖으로부터의 개혁이었다면 2018년은 안으로부터의 개혁이 요구되는 시기다. 부디 새해에는 상생의 정치, 책임의 정치로 다 같이 힘을 모아 2018년을 전북의 해로 만들어 보자.

 이춘석<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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