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만드는 시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만드는 시
  • 김영관
  • 승인 2017.11.23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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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통한 인성교육 사례 ⑥
 나무1 /신경림

 -지리산에서-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길』 (창비, 1990)

 

  ‘나무1’의 전문이다. 이 작품은 자연과 삶의 단면을 잘 대비 시켰다. 이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학생들에게 자신은 어떤 나무인지 표현하게 했다. 학생들은 자신을 “한 군데가 부러진 나무”, “키가 작고 옆으로 퍼진 나무”, “아직 자라고 있는 작은 나무”,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 나무” 등으로 표현했다. 자신을 “반듯하게 자란 나무”, “웃자란 나무”, “쓸만한 나무” 로 표현한 학생은 없었다.

  학생들은 자신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누군가의 관심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역력했다. 자신이 퍽 쓸만한 존재이고 자신보다 부족한 누구에게 해(害)가 될 수도 있는 “웃자란 나무”라고 생각하는 학생은 없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 학생들은 나중에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은 자신과 같은 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들이 퍽 쓸만한 존재이고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떤 나무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커다랗게 자라지만, 다른 나무들을 방해하지 않는 나무”, “비록 볼품은 없어도 단단하고 실한 나무”라고 말해, 이 시를 통해 전에 알지 못한 내 존재의 가치를 알게 되었음을 엿볼 수 있다.

김영관 우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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