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일찍 왔습니다” 바뀌는 성묘문화
“좀 일찍 왔습니다” 바뀌는 성묘문화
  • 임덕룡 기자
  • 승인 2017.09.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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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23일 전주효자공원묘지에서 성묘객이 절을 하고 있다./김얼기자
 “어머니 올해는 일찍 왔습니다. 어찌 그곳은 편안하신지요”

 추석연휴를 한 주 앞둔 지난 주말 전북 도내 공원묘지와 추모공원은 조상님의 묘지에서 미리 성묘와 벌초를 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23일 오후 2시 전주시 효자동 효자공원묘지.

 1만 2천여개의 묘지가 있는 이곳으로 추석을 미리 맞이하고자 시민들이 양손 가득 짐을 챙겨 성묘를 준비했다.

 가족단위의 시민들은 오랜만에 찾은 조상님께 공손히 절을 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되새겼다.

 자주 찾아오기 쉽지 않은 탓에 이번 성묘에는 온 가족이 함께 들렀으며 아버지는 조상님께 어린 딸과 아들을 소개했다. 묘지 앞에 선 아이들은 처음 뵙는 조상님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드렸다.

 부모님묘소를 찾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이모(46)씨는 묘지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비석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

 살아계실 때 부모님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는 이씨는 자주 찾아오지 못한 불효가 마음에 걸리는 듯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씨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는데 1년에 한두 번밖에 오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이번은 긴 연휴가 있으니 한 번 더 찾아올 생각이다”고 말했다.

 수건이나 밀짚모자로 햇살을 가린 채 무릎 높이까지 자란 잡초를 잘라내며 정성스레 벌초하는 모습도 보였다. 벌초하는 부모님을 도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잡초를 뽑는 어린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벌초를 마친 가족들은 자리를 펴고 준비한 음식들을 정성스럽게 차려 할머니께 공손하게 절을 올렸다.

 할머니의 묘지 앞에서 온 가족이 도란도란 앉아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로 추억을 공유했다.

 가족들은 제사를 지낸 뒤 남은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가족들과 함께 성묘를 마친 강모(54)씨는 “추석 당일에 오면 차가 막힐 것 같고 때마침 아들이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일찌감치 묘지를 찾아왔다”며 “명절에는 가족끼리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가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미리 벌초나 성묘에 나선 차량들이 몰리면서 공원묘지 인근도로는 교통 정체를 빚기도 했다.

 전북 도내 공원묘지와 추모공원은 이른 성묘길을 마친 시민들은 성큼 다가온 청명한 가을을 만끽하며 돌아올 추석을 준비했다.

 전주 효자공원묘지 관계자는 “명절 당일 공원묘지가 복잡할 것을 우려해 미리 성묘를 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며 “시민들이 추석 전에 미리 묘소를 찾고 성묘가 간소화되는 등 성묘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덕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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