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아, 나와 놀자
수학아, 나와 놀자
  • 임희종
  • 승인 2017.09.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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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전국 총 9천 22명을 대상으로 2015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학교 수학교육 관련 학생·교사 인식조사를 실시해본 결과, 초등학생의 36.5%, 중학생 46.2%, 고등학생 59.7%(91개교 고3 2,735명)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수포자)으로 나타났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수학 내용이 어렵고 양이 많다고 느끼고 있으며,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줄고 불안감은 늘어났다고 응답하였다. 설문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교육과정 20% 축소, 수학 시험범위 축소, 수학 절대평가 시행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 단체는 제시하였다.

  위계가 있는 수학 공부는 전단계 학습이 없이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 또 연속성과 인내를 요구하는 수학 공부는 요즈음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임에 틀림없다. 1학년보다는 2학년이, 2학년보다는 3학년이 더 수포자가 많다. 이런 ‘수학공부에 대한 해결책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고안해 낸 방법은 먼저 ‘수학과 놀기’였다. 편히 읽을 수 있는 수학 독서, 수학으로 시 써 보는 수학 시화전, 사회 현상을 통계로 풀어보는 수학통계발표대회 등을 통해 일단 수학과 친해지기를 시도해 보았다.

  친한 친구들끼리 모둠을 만들고 공통 주제를 협의하여 독서한 내용이나 수학책의 내용을 추출하여 시를 공동 창작해보게 하였다. 그리고 잘된 작품은 시상을 하고, 표구를 하여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올해 수학 시화는 「우리는 초코π」, 「정상」, 「작은 사회」, 「원점」, 「극한의 사랑」, 「Never Ever Give Up」’ 등 16편이 전시되었는데, 학생들의 톡톡 튀는 생각과 기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려는 통찰력을 보고서 마냥 즐거웠다. ‘나는 사회의 여집합’(「홀로서기」)이나 ‘우리는 원의 반지름/제곱 밖에서 큰 우정을 나눈다’(「우리는 초코π」)는 눈길을 머물게 하는 멋진 표현이었다. ‘마치 0.i 같은 반복되고 뻔한 삶/인내의 극한에 다다라 이제는 무리수/표준화된 학교라는 모집단에서 벗어나야지’(「일탈」)를 지나 ‘폭력의 원이 점점 넓어지는 상황 속/용기는 어째서 O에 수렴하는가/그들에게 난, 점근선이었다’(「버려진 점근선」)에 오면 부정적 현실사회에 대해 대응 자세는 되어 있으나 용기 있게 실천하지 못하는 아픔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합성수는 외롭습니다

 외로워서 외로워서

 먹기만 하다보니 살만 쪘습니다

 

 합성수는 뚱뚱합니다

 뚱뚱하고 외로워서 합성수는

 친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합성수가 소인수분해 수술을 받습니다

 합성수가 점점 날씬해집니다

 합성수에게 친구가 생깁니다

 

 날씬해진 합성수는 소수가 되었습니다

 합성수는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여러 명의 소수 친구들이 생겼거든요.(「외로운 합성수」)

 

  수학의 내용을 잘 변용하여 표현하고, 학생들이 쉽게 읽고 정서에 공감하는 이 작품과 「곡선∩추억」을 금상으로 선정하였다.

  통계활용대회에 출품한 학생은 ‘청소년 아르바이트’, ‘출구조사를 이용한 당선자 예측(학생회장)’, ‘한국프로야구 ’타고투저‘의 끝은 어디인가?’, 고교생의 취미와 진로의 연관성을 연구한 ‘Hurry Back to Hobby’, ‘친구가 수학을 잘하게 하는 최고의 방법’ 등이었다. 이 중 학생 멘토-멘티의 학습에서 친구가 수학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세세하게 정리한 부분은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따스한 마음이 느껴져 감동을 주었다.

  수학은 철학, 수사학과 함께 고대 희랍시대부터 기초 학문이었다. 이 지식이 다양하게 각종 학문으로 확장되어나간다면 그냥 회피하려고만 말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선생님들의 고군분투의 노력과 실천에 그리고 힘들지만 잘 따라와 주는 학생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임희종(전주 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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