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료란 무엇인가?
시치료란 무엇인가?
  • 김영관
  • 승인 2017.09.21 17: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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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마음을 치유하다 <1>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흔히들 ‘가을을 탄다’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봄, 여름, 겨울에는 그러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유독 가을에만 ‘가을을 탄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가을’은 성장을 멈추고 뭔가를 덜어내는 시기여서 뭔가 허전하고, 아쉽고, 쓸쓸한 기운이 감돌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가을이 되면 바람에 몸을 닦는 나뭇잎 소리가 들린다. 나뭇잎마저도 서로를 위로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부딪히며 살아왔다. 요즘 눈에 보이는 가장 흔한 어휘 가운데 하나가 ‘힐링’이다. 문제가 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모든 것들 앞에 이 단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힐링’ 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다.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로 ‘치유’, ‘치료’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실 ‘힐링(Healing)’이란 단어는 ‘치유’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에 별 이상할 것도 없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미술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 ‘독서치료’, ‘시치료’ 등이 그 예이다.

  필자는 ‘시치료’에 주목하고자 한다. 시치료는 시를 매개로 하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마음의 문제를 어루만져주고 풀어주는 전반의 활동을 말한다. 독서치료는 텍스트로 이뤄진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하고, 문학 치료는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다면, 시치료는 문학작품 가운데 ‘시’를 그 대상으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왜 하필 시냐?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문학이론에서 거론하는 어렵고 복잡한 시의 기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시는 다른 문학(예술)에 비해 쉽게 접할 수 있고, 짧은 시간에 커다란 울림을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약의 크기는 작지만 쉽게 구할 수 있고 약효 또한 좋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학생들의 여러 가지 비행과 일탈, 마음의 상처들을 보며 지내왔다. 갈수록 늘어만가는 학교 부적응 학생, 이들에게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단순히 수업하고, 생활지도 하고, 상담하는 일 외에 뭔가 더 없을까 고민할 때 시치료를 만나게 되었다. 평소 시를 좋아하고, 시를 창작하고 있는 터라 내게 시치료는 손에 익숙한 호미를 쥔 것 같았다. 아래 내용은 여러가지 이유로 학교 부적응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시치료 활동을 적용한 사례이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너도 그렇다』 (종려나무, 2009)

 

  작품 ‘풀꽃’ 전문이다. ‘풀꽃’은 드라마를 통해 소개 되면서 거의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은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고, 우리 모두가 그렇다’는 단순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쉽지만 일상생활에서 발견하기 힘든 진리를 담고 있어 감동의 울림이 큰 작품이다. 자신 밖에 모르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요즘 현실에서 ‘나’ 아닌 ‘너’의 가치를 바라보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세히 본다’라는 의미는 뭐든 관심을 가지고 대상을 열심히 대하라는 의미이다. ‘자세히 본다’라는 의미는 ‘오래 본다’라는 의미와 같은 맥락으로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비로소 대상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대부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세히 보려고, 오래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굳이 그런 노력이 없어도 그 대상들은 나를 위해 당연히 존재하는 것들로 생각한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은 나는 관심 받아야 마땅한 존재일 뿐, 내가 다른 누군가를 관심 갖고 지켜봐야할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나는 한없이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상대는 그럴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그 결과 나타나는 청소년 비행이 ‘집단 따돌림’, ‘빵셔틀’, ‘학교폭력’ 등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네가 지금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일가?”라는 질문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일부 학생은 ‘보지 못한다’라는 의미를 단순히 ‘눈으로 보지 못함’으로 해석하는 학생도 있었다. 필자는 다양한 일상적인 사례를 들어 ‘풀꽃’의 의미를 설명해줬다. 그 후에야 “그럼 나도 풀꽃이네”, “여기처럼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볼 시간이 없잖아요”, “아.. 참 좋은 시네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필자는 학생 두 사람씩 서로 마주 보게 하고 이 시를 낭송하게 하였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3-4회 반복할수록 웃음기가 사라지고 학생들이 이 시의 참의미를 이해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자세히 보고 오래 본다는 것은 그 안에 관심과 사랑이 전제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의 경험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자신의 삶이 중요하듯이 타인의 삶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에 느끼지 못한 타인의 삶의 가치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김영관 우림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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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7-09-22 09:08:41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