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조기교육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조기교육
  • 김현수
  • 승인 2017.09.18 17: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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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속담에 “It never rains, but it pours” 라는 표현이 있다. 비가 잘 오지 않지만 올 때마다 퍼붓는다는 의미의 이 속담은 나쁜 일은 한꺼번에 생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좋지 않은 일이 연달아 발생한 경우가 있었다. 부산에서 여중생이 동료 학생 여러 명에게 가혹하게 폭행당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되었다. 피해 학생의 부상정도, 폭행방법 및 시간, SNS를 통해 올린 가해 학생들의 메시지 등은 모든 국민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부산에서 발생한 폭력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강릉과 아산, 서울에서도 유사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최근 전주시 효자동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은 여중생의 경우도, 학교 내에서 발생한 지속적인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에 시달려 온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학교 폭력에 의한 피해사례가 밝혀지면 그 여파는 생각보다 크게 여러 부분에 미치게 된다. 피해 학생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특별한 대책이 잘 마련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자녀들을 그대로 학교에 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불안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쉽게 말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다. 이 외에도 유사한 상황이 자신의 자녀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모든 가족들에게도 예외없이 일어나게 된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매체를 통해 사건발생 이전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상황들이 파헤쳐지고 보도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피해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를 포함한 교육당국이 어떤 대처를 했는지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다. 불행하게도, 아직 학생들의 선도와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교육당국과 사법당국이 모든 측면에서 적절하게 관리를 해왔다는 보도는 접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 때문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학교를 포함한 교육 및 사법 당국의 관리 부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분출되었고, 교육당국은 번번이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만 유사한 사건은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발생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사실 교육당국과 사법당국이 가해 학생이든 피해 학생이든 관심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관리한다면 학교폭력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문제 발생시 복지부동의 자세로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며,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관계당국이 문제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 또는 현재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동료에 대한 폭력에 무감각해진 상태로 성장한 청소년들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어떻게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서 유사한 사건의 발생을 막을 것인가에 대한 많은 말들이 나온다.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 학생관리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에 논의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미 학생들의 자아와 가치관이 어느정도 형성된 중고등학교에서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보다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학교 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훈육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해외 선진국의 예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미국은 아이들의 가치관이 막 형성되기 시작하는 유치원에서부터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일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유학으로 인해 아이들을 미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내야 했던 필자가 학교로부터 받은 가정통신문에서 가장 많이 발견한 단어가 약자를 괴롭힌다는 의미의 bullying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씩 보내오는 가정통신문에는 bullying이 얼마나 나쁜 행위인지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알리고, 가정에서도 지속적으로 같은 교육을 해달라는 당부를 거의 항상 담고 있었다. 폭력적인 할리우드의 일부 영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미국 학교내의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 느낄지 모르지만, 문제가 되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학교폭력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당국자들의 책임소재를 논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학교의 교육자들을 탓하는데 그치지 말고 우리나라 학생들 전체가 학교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형성된 가치관을 뒤집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 실효성도 높지 않을 수 있으므로, 동료를 사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른 가치관을 어렸을 때부터 심어주는 교육방법을 적용하는 것도 생각해봄 직한 일이다.

 김현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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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2017-09-19 14:06:23
기사의 한부분 입니다. 소년범의 경우 피해자 의견이 적극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더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는 지적.
소년재판은 형사재판과 달리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조차 참석하지 못한다. 방청을 하려면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피해자 측은 항고권이 없다. 싸우다 사망한 학생의 가해자에게 장기 소년원 송치(2년) 판결을 받은 것에 불복. 피해자 아버지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지만, 각하